김금비 작가에 따르면 지호공예는 불교 참선기도와 닮았다. 그렇듯 마음과 정성을 쏟은 뒤에야 한 작품을 완성한다. 노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호공예는 신라 말과 고려시대, 잦은 전란 속 자리잡았다. 철불이나 목불보다 지불(종이불상)이 가볍단 이유로 널리 활용해서다.

제작환경이 중요한데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시간이 걸리고 날씨가 흐린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작업할 수 없다. 바닷가처럼 습한 곳이나 추운 지역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과정은 더 만만찮다. 닥섬유를 떡 찌듯 20분 정도 찐 다음 절구질 하고 닥죽으로 만든다. 형틀에 닥죽을 입혀 햇볕에 건조하고 말리기를 여러 번, 접합한 뒤에야 마무리한다.

그럼에도 김 작가가 한지죽공예를 고집하는 건 여느 공예보다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재료를 재활용하는 등 실용적인 데다, 생김과 질감도 서민적이고 친숙해 강산이 변하는 세월 동안 푹 빠졌다고.

작가 작품 ‘잡유병’ ‘지&삼합’도 소박하면서 정교한 지호공예 특유의 매력을 오롯이 머금는다. 그에겐 바람이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재현하는 거다. 전통과 현대를 융복합하고 상품을 개발, 공예인의 위상을 온누리에 널리 알리는 거다.

호남대 산업디자인학과와 전주대 문화산업대학원 한지문화예술학을 마쳤다. 제12회 대한민국 한지대전 대상, 제22회 전국한지대전 대상, 제5회 전국 안동한지대전 금상을 받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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