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이유로, 또는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심지어 자식이 부모를 상대로 가하는 폭력이 폐쇄성의 그늘에 묻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방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가정 폭력 건수는 2016년 5082건을 비롯해 2017년 7454건, 2018년 556건 등 총 1만8102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6.5건 꼴로 가정 폭력이 신고된 것으로 이중 범죄로 인정돼 검거된 폭력사범은 3750명이었다.
가정폭력이 흉포화 되면서 비록 경미한 경우라 해도 심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면서 건수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의 가정폭력이 발생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가족이란 정 때문에 처벌에 대한 부담을 느낀 나머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전주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한 건수가 같은 기간 경찰신고 건수와 비슷한 1만136건이나 됐다. 묻히고 숨겨지는 가정 폭력이 적지 않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가정 폭력이 난무한 황폐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가정폭력의 유형 역시 폭행을 비롯해 상해, 재물손괴, 협박 등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야기하는 일반적인 사회적 피해유형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가정 내 폭력은 피해자·가해자 모두에게 자신감이나 자존심을 상실케 하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가정의 해체까지를 걱정케 하는 심각성을 내포한단 점에서 큰 위기감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족 구성원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하고 소통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로 나갈 수 없다.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가족윤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이이지고 결국 사회보호의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가정폭력이 사랑이나 긍정적인 이유로 포장돼 이해되면서 넘어간다면 이는 더 큰 갈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공권력의 적극적 구속수사를 비롯한 강력한 법적 대응만이 그나마 경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을 받는 가정 폭력이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한 엄단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절대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을 결코 가볍게 들어선 안 된다. 가정 폭력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닌 중대한 사회적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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