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11일 전주돔에서 폐막식을 갖고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이충직 집행위원장,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장성호 사무처장이 결산 기자회견을 갖고 20회 영화제 성과를 설명했다.
  영화제는 이날 “올해 영화제는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고 프로그램의 질적·양적 성장과 변화에 칭찬 세례가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20회’ 역사를 어어 온 전주 영화제를 기억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부족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관객과 프로그램
  영화제에 따르면 올해 총 697회 상영 중 390회가 매진되며 역대 최고 매진 회 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일반 상영작은 559회 중 299회, VR 시네마 특별전은 138회 중 91회 매진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기존 최고 매진 기록인 19회 때의 284회를 경신한 데 이어, 관객 수도 지난해 80,244명을 훌쩍 넘어선 85,900여 명을 기록했다.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를 비롯, ‘한국단편경쟁’은 전 회 차 매진되었으며 ‘스페셜포커스’의 ‘로이 앤더슨: 인간 존재의 전시’는 99%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화제를 낳았다. 개막 전부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아무도 없는 곳’, ‘국도극장’, ‘불숨’은 94%, ‘한국경쟁’은 9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20주년 특별기획 ‘뉴트로 전주’, ‘국제경쟁’, ‘월드 시네마스케이프’도 80%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나타냈다.
 올해는 53개국 275편(장편 201편, 단편 74편)의 작품이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5개 극장 22개관에서 상영되었으며 총 좌석 수는 11,665석으로 지난해 대비 6,037석이 증가했다.
  영화제는 질적인 성장과 변화 사례로 ‘뉴트로 전주’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VR 시네마 특별전’ 등을 꼽았다.
  ‘뉴트로 전주’는 전주만의 관점으로 과거를 되짚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특별전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는 영화사적으로 귀한 가치를 지니는 20세기 작품 12편과 전통적인 영화 형식을 벗어난 독창적인 21세기 작품 14편을 조명하며 새로운 관점의 한국영화 리스트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VR 시네마 특별전’도 최근 VR 영화의 흐름을 일별하며 새로운 미디어로 영화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에 대한 외부 평가가 두드러졌다며 그 실례로 미국 링컨센터 댄 설리반 프로그래머는 올해 특별전에 대해 “작품 선정과 그 기획 방향이 탁월하다”는 찬사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영화제는 이밖에 클래스 프로그램과 GV, 포럼을 포함해 266회의 프로그램 이벤트가 진행됐고 아카이브 특별전 ‘스타워즈 아카이브: 끝나지 않은 연대기’도 호응을 받았다고 했다.
  올해 11주년을 맞은 전주프로젝트마켓도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 중계도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20회 아쉬움
  올해 영화제 예산은 예년보다 8억 원 가량이 많은 53억 원이다. 올해 20회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50억 원 수준의 예산은 전북에서 열리는 문화예술축제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예산이 많은 만큼 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20회 영화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20년 역사와 영화제를 만든 사람에 대한 기억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년 역사의 영화제를 일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준비되지 않았다. 단적으로 제1회부터 20회까지 영화를 통해 등장하고 성장했던 감독에 대한 역사는 ‘뉴트로 전주’라는 대표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소개했지만 정작 ‘뉴트로 전주’를 가능케 했던 영화제 인물과 역사에 대한 조명이 없었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년 아카이브 프로그램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부침이 있었던 영화제 조직 내부의 문제로 자료 수집 등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현 체제가 최소 5년 간 유지돼왔다는 점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운영상에서 보완할 점들도 눈에 띄었다.
  결산 기자회견장에서 ‘올해 외국 감독 초청에 들어간 예산’을 따로 질문할 만큼 많은 수의 감독을 전주로 초청했지만 막상 감독 인터뷰가 원활치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영화제가 자랑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상영될 예정이던 ‘이사도라의 아이들’이 일반 상영되지 못하는 이해하기 힘든 사태도 발생했다. 영화제 개막에 맞추지 못한 ‘영화 완성도’ 때문이라고 하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단기 계약직 문제도 여전했다. 20회 영화제만을 위해 채용된 단기 계약직 직원이기에 갖는 한계가 초반부터 드러났다. 특히 ‘국내 다른 영화제가 모두 다 똑같다’라고 넘기기보다 전주영화제만이라도 전체 예산구조를 살펴 영화제 뿌리가 되는 계약직 직원들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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