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어린 시절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진한 사골 국물, 그것도 한우사골을 우려내 먹이기 위해 욕을 봤다. 당시 사골국물은 병명은 뒤로 한 채 만병통치약으로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시대 영조 임금 시절 '승정원일기'에는 임금이 담(痰)에 의해 현기증을 앓자 어의가 사골을 처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동의보감에도 사골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다’고 기술돼 있다고 한다. 임금이 먹을 정도의 보양식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골을 엄마가 해 주시던 맛으로 살리기 위해 직화방식을 고집, 한우사골곰탕을 만드는 젊은 창업 청년이 있어 그를 만나봤다. 

■ 사업 시작
수입산 소고기로 만든 사골곰탕이 판치는 요즘, 100%국내산 한우로만 우려내 사골곰탕을 만드는 우직한 사업가 ‘박봉록“씨(만 45세). 그는 사업가로서 보기 드물게 고집이 세고 우직하다.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으로 귀농한 후 잡곡가공업을 시작했다. 이후 귀농 10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백수로 통했고, ‘농사의 마이너스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에 다른 분야를 모색하던 중 완주 지역에서 많이 사육하는 한우를 이용한 가공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당초 곰탕을 할 생각이  없었다는 그는 반신반의하며 판로가 없는데 될까 고민하던 중 지인의 콩나물 재배사(20평)를 임대해 사골곰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시작은 연매출이 100억 원에 달한다는 완주한우협동조합 덕택이다. 완주한우협동조합에서 많은 가공업체를 지원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직접 문을 두드렸다. 결국 완주한우협동조합에서 자본금 출자와 판매를 해주기로 약속하고, 지난 2017년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하는 ‘소규모농식품가공창업지원사업’을 신청, ‘모심’이란 이름으로 작업장(완주군 고산면 원서봉길 68, 010-5536-3546)과 생산시설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생산 제품은 ‘한우사골곰탕’(330g)이며 년 가공량은 22,561kg, 지난해 매출액은 1억 원을 기록했다. 박봉록 대표와 직원 2명(시간제 1명)이 1년여간 이뤄낸 성과다.    

■ 한우사골 곰탕 만드는 법, 먹는 법
박 대표는 직화방식(가마솥)을 통해 일주일 누계로 한 사이클당 600리터, 2톤 가량의 곰탕을 만든다. 그는 건강하게 키운 100%국내산 한우만을 원재료로 사용한다. 직거래를 통해 신선하고 위생적으로 가공한 한우, 믿을 수 있는 100%국내산 한우사골, 모둠뼈로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고 만든다. 진하고 고소하며 잡내가 없는 개운한 국물을 내기 위해 끓이기 전 여러 번 한우사골을 우려내고 데쳐내는 등의 과정을 거쳐 핏물을 충분히 빼 잡내가 없는 한우사골곰탕을 만든다. 또 끓이는 동안 국물 위에 뜬 기름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깔끔한 맛의 한우사골곰탕을 만든다. 사골국 열량을 낮추려면 끓인 뒤 지방을 최대한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지방을 걷어내면 지방 함량이 상당히 낮아진다고 한다. 특히, 빛과 공기가 통하지 않는 4중합지로 사골곰탕을 포장한 후에 120℃에서 10분간 멸균처리를 한다. 식품공전에 따라 멸균온도와 시간을 맞춰 변질 우려가 없는 멸균처리를 한다. 박 대표는 “국밥으로 먹으려면 냄비나 뚝배기에 부어 중불로 끓인다. 입맛에 따라 소금, 후추가루로 간하고, 송송 썬 대파, 쪽파를 넣어 먹으면 좋다. 소고기 사태를 삶아 넣으면 더 맛있다. 미역국과 우거지된장국 등 여러 가지 국을 끓일 때 한우사골곰탕을 쓰면 더욱 진한 맛을 낼 수 있다. 육개장이나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등을 끓일 때도 한우사골곰탕을 쓰면 맛이 좋다. 만둣국이나 떡국, 국수, 라면을 끓일 때도 따로 국물을 낼 필요 없이 한우사골곰탕을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 성공(?) 요인
아직 ‘모심’은 2년차 시작단계라 성공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여건을 들자면, 완주한우협동조합이 단연 1등 공신이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대내외적인 유명세를 가지고 있어서 한우를 찾는 소비자를 지속적이고 대량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대단히 큰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매장에는 가공품이 없어 거의 ‘모심’의 독점적인 판매장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육가공센터가 인근에 있어서 한우 원재료 수급이나 판매에도 물류비가 거의 들지 않는 등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모심’은 창업초기 자금 및 시설부족, 거래처 서비스 부족 등 숱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완주한우협동조합의 지원덕분으로 운영을 해 올 수 있었다. 그는 “누구나 사골곰탕을 만들 수 있지만 판로가 없으면 끝이다”며 “완주한우협동조합이 너무 많이 도와주고 있고, 지난해 매출의 대부분이 완주한우협동조합에서 발생했다”고 자랑했다. 또, 박 대표의 뚝심도 한몫한다. 바로 곰탕 육수인데 아주 미세한 색의 차이가 있더라도 전량 폐기해 버린다. 하루 1200여 pack 이상이 바로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일이 다반사란다. 품질보증만이 살길이다는 신조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음식은 장사인데 재구매가 없으면 죽는다. 첫 호기심으론 먹을 수 있지만 맛이 없으면 다시는 사 먹지 않게 된다. 처음은 정말 형편없었지만 지금은 정말 맛있다”고 밝혔다.

■ 사골곰탕 효능
사골곰탕에는 단백질과 칼슘, 콜라겐 등 무기질이 풍부해 원기를 회복시키고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골에 들어있는 양질의 칼슘은 여성 골다골증이나 빈혈에 좋고,  마그네슘과 철, 황, 칼륨 등은 남성 스태미나를 높여주며 콜라겐과 콘드로이틴은 뼈 성장, 골절 회복, 골다공증 방지와 피부 탄력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 향후 계획
올해와 내년에는 시설확장을 통한 매출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지역 내 판매를 넘어 지역외부로 매출확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에서 매출이 한계에 이러 일반 도매상이나 프랜차이즈 등에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one pack을 전문으로 한 대구와 대전지역 유통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구의 한 유통업체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며 약 80여개 점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는 포장지를 직접 제작해 와 사골곰탕을 가공했으며 하루에 1000여 pack이 넘게 팔린 경우도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모심’은 단위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설비를 추가하고 여력이 되는 범위 안에서 자동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의 상근직원 1명과 비상근직원 1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 매출증대로 임금수준을 높이고 상근직으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후에는 지금의 작업장이 협소하고 낡아 새로운 작업장을 구해 옮길 생각이다.

박봉록 대표는 “우리 농민이 생산하고 가공한 제품을 가능한 많이 파는게 목적”이라며 “단품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번 씩은 ‘모심’ 한우사골곰탕을 맛볼수 있게 하는 것이 희망이고 목표”라고 밝혔다./김선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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