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난장판이다. 국정을 논하고 민생을 돌보는데 에 써야할 1분1초가 욕설과 감금, 삿대질과 집기파손, 몸싸움이 뒤섞인 각종 폭력행위의 극한 대치로 이어지면서 이젠 ‘식물국회가’가 아닌 듣기에도 거북한 ‘동물국회’란 오명까지 썼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한 여야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고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까지 발동됐다. 민주당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의원 18명을 선진화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한국당 역시 홍영표원내대표 등 민주당의원 15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을 각각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공사판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던 쇠망치, 장도리, 쇠지렛대 등의 연장들이 정치인들 손에 들려 국회의사당 문 부수는데 사용되는 장면은 여기가 과연 대한민국 국회가 맞는지 조차를 의심케 하는 구태 난장판 정치의 극치를 국민에게 보여줬다. 원내 다수당의 독재를 막고 다시는 국회에서 여야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며 지난 2012년 5월 스스로들이 반성하고 제정했던 국회선진화법이 7년 만에 결국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만 셈이다.
이번의 충돌은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 이었음에도 야당은 강경일변도의 투쟁을 통한 관철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여당을 비롯한 소수야3당 역시 좀 더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왔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특히 이들 정당 모두가 물불 가리지 않고 총력 투쟁에 나선 뒤에는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의 유불리만이 계산에 있을 뿐 지금 이 나라에 산적한 민생문제와 국가경제위기에 대한 고민이나 심각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데 대해 국민들이 실망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치여 6조7000억 원에 달하는 추경이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찬밥 신세가 돼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게 지금 상황이다. 식물국회로 수개월을 소비한 국회가 이젠 패스트트랙이 가져올 정치적 여파에만 몰두하며 시급한 민생경제를 뒷전으로 밀어놓으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으니 비난이 커져 가는 것은 당연하다.
당리당략이 민생이나 경제를 앞설 수는 없다. 모든 정치적 논의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게 맞다. 언제까지 국회가 국민의 걱정거리가 될 것인가. 정치권의 흉한모습은 이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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