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은행권을 포함한 감정평가 선정권을 가진 은행들이 감정평가사들을 상대로 수수료를 미지급하는 등 우월적 지위에서 불공정 행위를 관행적으로 일삼아 온 것이 드러났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지난 2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감정평가사를 통해 담보 등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고서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실비 지급을 하지 않거나 지급을 지연하며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왔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 미지급액은 최근 3년간 총 8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담보 등의 감정평가를 위해 감정평가사가 체결하는 계약은 '위임계약'으로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감정평가서를 의뢰인에게 송부한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것이 되어 은행은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수수료 협약에서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만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대출실행 지연 등 사정이 있는 경우 수수료 지급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감정평가사들은 금융기관이 대출실행여부를 통보해주지 않는 이상 그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경우의 실비 지급은 물론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도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미지급액 실태를 살펴보면 농협중앙회가 163억 3,1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KB하나은행(106억3,700만 원), 기업은행(99억 9,100만 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에도 3년간 총미지급액이 8억4,7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들 금융기관은 감정평가 이전에 무료로 자문을 하는 '탁상자문' 역시 정식 의뢰 대비 과다 요구를 하고 이를 기초로 대출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 전산시스템 등록 기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은행 금유익관의 탁상자문은 257만 건(법인 탁상자문 기준)이고 정식 감정평가 의뢰는 38만 건으로 탁상자문 대비 14.7%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감정평가 의뢰를 빙자해 감정평가사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요구하는 것일 뿐 아니라 부실대출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보호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은행 또한 탁상목록이 15,543건인데 정감의뢰는 3,007건에 불과해 탁상자문 대비가 금융권 평균을 살짝 웃도는 19.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금융기관이 '만족도 조사' 등 감정평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등급을 정해 업무량을 배정하는 등 우월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법행위를 엄단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것을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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