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숙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노포(老鋪)라고 부른다. 짧게는 40년, 길게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가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답은 가업승계에서 찾을 수 있다. 창업자의 직계가족 혹은 전문경영인이 배턴을 이어받아 온고지신의 노력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가업승계는 대대로 물려받은 집안의 생업을 형태와 성격을 유지하면서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는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이 강해 부정적으로 보는 면도 있다. 가업승계는 동전의 양면이다. 선대가 이룬 사업체와 자본 등이 후계자에게 옮겨가기 때문에 손쉽게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체가 갖고 있는 독창적인 기술력을 직계가족 등이 보존하며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의미와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우리 농업현장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농업활동을 하거나 부모님의 영농기반을 물려받아 전문농업인이 된 20, 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농업·농촌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가의 승계자 확보율은 10%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전체농가 중 영농승계자가 있는 농가는 평균 9.8%로 집계됐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2015년 기준 승계자 확보 비율은 51.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농업 후계자 확보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청년 창업농업인 육성체계 개선방안’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인들이 경영승계를 하지 않는 이유로 자식이 농사짓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인 경우가 55.6%로 가장 많고, 농업에 관심이 있는 자손이 없다는 답변도 29.6%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영농규모가 작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8.5%였다. 이러한 경영승계 확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농가 승계율을 1%만 높이더라도 1만농가를 신규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농업인 고령화와 농촌지역 인구감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청년층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기반은 결국 사람인만큼 신규 청년농업인과 승계 청년농업인 각각에게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승계농은 영농기반을 확보한 만큼 안정적인 영농 정착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단순히 대를 이어 농업에 종사하는 젊은이가 아니라 농업·농촌을 선도하는 핵심인력이 될 수 있도록 역량강화 및 영농기술 교육, 경영컨설팅을 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2017년부터 농촌융복합산업 분야 가공창업 승계농을 대상으로 교육과 전문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농촌융복합산업은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 일자리 창출, 농촌관광 활성화 등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영농기술과 가공·창업 교육은 물론 생산한 제품의 유통·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MD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상품의 판로 확보를 위한 상품 품평회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소통이 익숙한 승계농에게 실시간 정보제공과 전국적인 인적관계망 형성을 위해 ‘농촌융복합산업 가업승계농 및 창업농’ 밴드를 개설해 농촌진흥청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온라인자문단과 정보교류는 물론 영농상담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승계농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인 부모와의 경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경영협약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승계농은 부모의 농업을 이어받아 생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공과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만의 농업철학을 갖고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영농에 정착한 승계농을 필두로 농업·농촌을 향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