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구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장

4월인 요즘 농촌은 매우 바쁘다. 대지의 풍년을 기약하는 농부들이 모종을 내고 거름을 주는 등 생명을 뿌리기 때문이다. 남원에는 사직단(社稷壇)이 세워져 있다. 현재 보존되어 있는 사직단은 서울과 안동, 그리고 남원뿐으로 알려지고 있다. 1394년(태조 3년) 무렵에 한양에 사직단(社稷壇)이 세워졌고, 이후 전국의 주(州)·부(府)·군(郡)·현(縣)에도 사직단을 세우게 되었다. 남원 사직단도 이 시기를 전후해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직(社稷)은 토지신(社)과 곡물신(稷)을 일컫는 것으로서 땅에 씨를 뿌려 식량이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토지와 곡식은 국가살림의 원천이 되므로 사직은 국가를 상징하며 종묘사직(宗廟社稷)은 토지와 곡식 없이는 국가나 종묘가 존립할 수 없음을 뜻한다. 원래 사직은 중국에서 새로이 나라를 세우면 천자나 제후가 단을 세우고 맨 먼저 토지신과 곡물신에게 제사를 드렸던 것에서 전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정월이 되면 고을 원님들이 사직단에 나가 토지신과 곡물신에게 제사를 드려 그 해의 풍년과 고장의 평안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1910년 일제 침략으로 전국의 사직단이 거의 파괴되었으나 남원 사직단은 남원유림들에 의해 유지 보존되어오고 있다고 한다. 2019년 4월 사직단에 제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농도인 전북에서 풍년이 되길 기원해본다.  
내가 살고 자란 남원에는 지리산이 있다. 남녘 땅 어머니 산 지리산은 전남, 경남, 전북의 3개 시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 근현대사의 고통과 위로의 땅이라고 한다. 경남의 천왕봉, 전남의 노고단, 전북의 정령치는 지리산의 주요한 봉우리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본 지리산에 가면 사람들은 천왕봉은 누구나 올라가고 싶어한다.
지리산의 최고봉이 천왕봉이지만 사실 지리산의 천왕봉보다 가장 넓은 땅을 볼 수 있는 곳이 만복대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만복대에 올라가면 전라북도 대부분의 땅을 조망할 수 있다. 남원을 비롯하여 전주, 완주, 정읍, 임실, 김제, 순창, 부안, 고창, 진안, 무주, 장수 등 전북의 대부분의 산세를 만복대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천왕봉(1915m)보다 낮지만 만복대(1433m)는 가장 넓게 전북뿐만 아니라 전남, 광주 등 호남 땅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지리산 만복대에서 풍겨나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전북도민의 아픔을 위로하며 기억하는 정치가 필요한 때이다. 
4월은 흔히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T.S 엘리어트라는 영국시인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쓴 황무지(荒蕪地)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이하 생략)라고 표현하였다.
1차 세계대전으로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군인과 민간인들이 죽었다. 전쟁으로 인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지를 피로 물들였다. 이러한 피의 역사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4월에도 잔인한 사건들이 발생하였다. 1920년 4월에는 연해주 신한촌(新韓村) 민간인 학살사건, 1948년 4월에는 4·3 제주항쟁, 1960년 4월에는 4·19 혁명, 2014년 4월에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였다. 수많은 이들의 피가 뿌려진 달이다.
결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 책임이다 또한 정치의 책임이다. 따라서 정치는 지리산의 만복대처럼, 농부처럼, 사직단에 제사를 드린 것처럼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책임지는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2019년 4월11일)을 맞는 우리의 자세라 볼 수 있다. 잔인한 4월, 대한민국 정치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펼쳐진다면 국민은 그나마 위로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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