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우리 민족의 독립은 연합국의 승리로만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이 패망했지만 선열들의 희생적이고 지속적인 독립운동이 없었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존재감이 미약해 한민족의 운명은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이 곧바로 민족의 독립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민족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일본이 패망했을 때 그나마 우리의 존재를 연합국 진영에 피력할 수 있었고, 광복후 민족국가를 건립해 가는데 정신적 큰 양분이 되었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사의 가장 거대한 사건이 3.1만세운동이다. 3.1운동의 정신은 끝나지 않은 역사요 미래를 열어가는 동력이다. 올해는 그 백주년으로 그 상징성과 파급성이 어느 때 보다 크다.
이에 국가적으로도, 지자체들도 앞장서 3.1운동 백주년을 기리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고 그 뜻에 감사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다. 행사에 치우친 감이 있기 때문이다.
행사도 필요하다. 대중들과 같이하는 기념행사는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행사는 이전에도 해왔다. 올해 기념행사와 만세운동 재현이 확대되었다는 의미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백주년이므로 행사와 함께 그 역사를 깊이 살피고 이를 통해 한 단계 진전된 3.1운동에 대한 이해와 기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3.1운동에 대한 역사인식도 발전되어 왔다. 이전에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고종의 승하 등에서 3.1운동을 해석한 감이 있다면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민족자결주의로 대표되는 세계사적 흐름과, 그 흐름을 활용한 선열들의 구체적인 노력이 거대한 독립운동 3.1운동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 특사 찰스 크레인이 1918년 1월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였고 여운형이 그를 만나 한국의 독립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크레인은 파라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하고 국내에서 독립의지를 강하게 표출할 것을 조언하였다. 김규식이 파리에 파견되었고 신한청년당이 조직되어 거사를 준비하였다. 2.8독립선언과 3.1운동은 그렇게 준비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거기에 고종의 승하가 있었다.
전북지역의 독립운동은 일반적으로 타지역에 비해 약했다고 이야기 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동학농민혁명과 의병에서 찾는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이 전북이고, 끝까지 저항한 의병이 전라도 의병이었다. 1909년 ‘남한대토벌작전’은 호남의병을 초토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전라도지역의 3.1운동이 약했던 것은 이로 인해 많은 인물들이 희생되거나 이주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인 연구의 결과는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사실들이 조목조목 연구되고 밝혀져야 한다. 3.1운동이 타 지역에 비해 전북이 약했다면, 그것이 동학농민혁명과 호남의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분명해지고 설득력을 더 얻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민들에게 3.1운동의 정신이 오해 없이 더 크게 자리할 수 있다. 그런데 또 3.1운동 때 전라도사람들의 참여가 그렇게 약세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주도 그렇다.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3.1운동을 논할 때 전주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3.1운동에 관한 자료로 많이 이용되는,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실린 3.1운동 참여인원을 보면 전주는 남원과 함께 5만명으로 가장 많다. 참여자가 가장 많았음에도, 남원은 전북의 대표적인 3.1운동이 전개된 지역으로 꼽는데 왜 전주는 들어가지 않을까? 희생의 정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이 참여했는가도 중요하지 않을까?
3.1운동 백주년에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중적 행사와 함께 전북지역 3.1운동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들이 이루어져 한다. 행사와 연구가 병행 될 때 3.1운동의 지역사적 가치와 의의는 더 깊이를 더하고 탄탄해질 것이다.
전북학연구센터가 전북연구원에 들어선다고 한다.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전북학센터가 구심점이 되어 3.1운동을 비롯한 지역학 연구의 깊이를 더해 전북발전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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