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것도, 짓는 것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말 잇기 형식의 재미난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비룡소)는 시인이 쌓아 온 유머와 따뜻함, 엉뚱 발랄함이 응집된 동시집이다.
  초등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소개 되어 있는‘말 잇기’는 아이들이 다양한 어휘를 자연스럽고도 적극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자, 모국어를 즐겁고 색다르게 접하게 하는 훌륭한 놀이다.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은 이를 시 형식으로 더욱 재미나게 녹여 냈다. 첫말과 첫말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오이_오싹오싹, 바나나_바느질, 오리_오빠, 책상_책임’등 시 제목만 봐도 재미난 첫말 잇기 게임 형식이다. 친구끼리, 부모님과 함께 앉아 척척 호흡을 맞춰 놀 수 있는 그야말로 말놀이이다. 즉흥적이고도 굉장한 스피드를 요하는 고도의 집중력 게임으로 아이들이 단기간에 어휘를 쉽고도 많이 익힐 수 있다.
  또 끝말잇기보다 다소 어려울 수 있어 아이들은 한 번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말의 재미난 규칙과 발음 연습도 해 볼 수 있다.‘모래 모서리가 세 개면 삼각형 모래/ 모래 모서리가 네 개면 사각형 모래/ 모래 모서리가 다섯 개면 오각형 모래(모래_모서리 중)’입소리를 크게 해 반복해 읽다 보면 어려운 단어도 또박또박 잘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동시집에는 총 40편의 첫말 잇기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첫말이 같은 단어로 따지자면 80개인 셈이다. 아이들은 이 80개의 단어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첫말을 찾게 된다. 반복되는 구조의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단어를 찾아, 자기만의 시를 스스럼없이 쉽게 짓게 된다.
  네 컷 만화 형식의 일러스트는 시의 내용과 구조를 명확하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시보다 더한 엉뚱함으로 다양한 의미로까지 해석해 볼 수 있다.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오이는 옷에 52라고 씌어 있다. 첫말 잇기 내용을 반영한‘오이-52’는 곳곳에 등장해 웃음을 자야 낸다. 익살스럽고 한발 물러서는 서현 작가 특유의 유머는 시를 더욱 맛깔나게 만든다. 특히 시의 내용을 네 컷에 맞춰 기승전결로 정리해 보고, 이야기를 그림으로 진척시킬 수도 있다. 그림을 이용해 다른 방식으로 시를 이해하고,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시를 읽고 자기만의 네 컷 만화를 새롭게 그리고 구상해 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서정의 시 세계를 열어 호평을 받은 박성우 시인은 성인 시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시까지 두루 써 왔다. 특히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함께 사전>등 감정 형태 사전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사랑받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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