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완장' 연습 장면.

  전주시립극단 제 114회 정기공연 ‘완장’이 26일부터 31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윤흥길 작가의 소설 ‘완장’을 각색한 이 연극은 지난해 말 취임한 전주시립극단 이종훈 연출이 전주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첫 작품.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한 국내 연극 초연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종훈 연출은 “권력을 바라보는 세 명의 인물들을 통해 권력에 대한 증오와 집착, 허황됨을 해학이라는 남도 그릇에 담아내는데 역점을 두었다”며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언어와 남도 방언으로 그려낸 원작을 말의 유희를 통한 한국적 정서가 듬뿍 담긴 작품으로 주력했다.
  아나로그적 소재와 줄거리를 담아낼 그릇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무대. 올려다보는 무대가 아닌 내려다보는 무대를 위해 객석에 무대를 설치하고, 관객과 가깝게 교감할 수 있게 했다.
  윤흥길은 전북의 일상어를 자연스레 구상한 작가다. “윤흥길은 구질털털하다, 개붓허다, 구녁새, 구성자리없다, 기구망칙허다, 느시렁느시렁, 담박질, 따복따복, 맴보재기, 먹고땡, 벗어배기, 부아받이, 비웃장, 소락배기, 알탕갈탕, 어마무시허다, 이삭바심, 지발덕덕 등등 방언과 유행어 같은 일상어를 대화문은 물론이고 지문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언어적 특징을 보인다.”(전북대 이태영 교수)
  최기우 작가는 원고 1,200매 소설을 200매 분량의 희곡으로 각색하는 동안 금주를 하며 원작의 의미와 맛을 살리는데 많은 고생을 했다.
  최기우는 “그의 작품 속에서 여러 인물이 토해내는 투박한 말은 그들의 교양 없음이나 무지를 나타낸다기보다 전라도 언어를 통해 들려주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이다”며 “작가의 뛰어난 묘사와 화려한 문장은 우리 고유의 언어에 담겨 더 빛이 난다. 때론 씁쓸하고 때론 유쾌하지만, 특유의 사투리는 그 자체로 늘 흥겹다”고 말한다.
  역량있는 시립극단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된다.
  “니 눈에는 요게 안 봬냐? 요, 완장은 너 같은 놈들 눈요구나 허라고 백좨 똥폼으로 차고 대기는 줄 아냔 말이여.” 동네한량에서 저수지감시원이 돼 ‘완장질’을 하는 임종술역은 김영주가 맡았다.
  그런 그를 꼼짝 못하게 하는 ‘실비주점’ 작부 부월역은 염정숙이 맡아 단순하고 순박하게 종술이를 끌어안는다.
  이밖에 안세형, 서형화, 정경림, 최균, 고조영, 서유정, 소종호, 안대원, 정준모, 국영숙, 이병옥, 전춘근, 서주희, 홍지예, 신유철 등이 출연한다.
  윤흥길 작가는 “연극으로 재해석되고 재창작된 ‘완장’을 재미있게 감상하면서 함께 웃고 즐기는 사이에 잘못된 권력의 폐해와 포악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서 권력이란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엄중하게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훈 연출은 “전북의 대표적인 작가의 소설인 ‘완장’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창조가 작품의 백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배우와 스텝들이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살아 숨 쉬는 인물 묘사를 위해 전력투구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인과 공유하는 문화브랜드를 창출하는데 일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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