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표식품'의 김진표 대표(47)는 천안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했었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도시에서 일만 하다 보니 만성피로와 함께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부터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생겼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오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농사를 거들었던 경험에 비춰 보면 농사는 너무 힘든 직업이었다. 시간에 얽매일 뿐만 아니라 생산품의 가격이 너무 불규칙해 더욱 농사일에 노예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다 생각해낸 게 '칡'이었다. 마침 누나 역시 칡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누나의 공장에서 칡을 배우고 경험하며 귀농을 준비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1월 고향인 익산시 여산면으로 귀농했다.

◆고향으로 귀농

하지만 칡즙 가공 하나만으로는 겨우 밥만 먹고 살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부모님으로 물려받은 농지에 헛개나무 2,655㎡(약 800평), 상추 하우스 1,320㎡(약 400평), 밭 4,758㎡(약 1,440평) 등 농사를 시작했다. 또한 가공시설과 저온창고를 마련하고 생 칡즙과 헛개열매즙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준비과정을 충분히 거쳤기에 귀농 후 곧바로 '진표식품'을 설립했고, 생 칡즙과 헛개열매즙 판매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홈페이지를 만들고, 블로그나 로컬푸드, 익산국화축제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지난해는 약 3톤 이상의 칡즙과 헛개열매즙을 판매했다. 고향에 내려오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어서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결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칡즙, 헛개열매즙

칡즙은 초기 감기 증상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날때 열을 내려주는 작용을 하며, 스트레스나 몸살로 인해 근육이 뭉쳤을 때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칡즙에는 대두의 30배, 석류의 625배에 달하는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어 갱년기 여성이 겪는 가슴 두근거림, 발연, 안면홍조 증상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칡 속에 함유된 에스트로겐이 여성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숙취해소에 효능이 있어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음료다. 헛개열매 또한 지구자라고 하며, 주로 간에 작용하고, 알코올 분해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김진표 대표는 이러한 설명을 홈페이지나 상품에 사용할 수 없다. 인터넷 등에 알려진 효능·효과를 알리게 되면 불법 과장광고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업체들이 효능을 광고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불법이다. 그래서 진표식품의 판로 개척은 힘든 편이었다.

◆신뢰가 비법

진표식품의 장점은 신뢰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 칡즙과 헛개열매즙을 많이 찾는다. 인터넷 등을 통해 주문하기 때문에 젊은 층의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김진표 대표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생 칡즙 및 헛개열매즙 생산 과정을 올려놓았다. 이를 구매한 젊은 층들이 이곳에 음용 후기를 올린다. 그러면 또 다른 방문자가 후기를 보고 생 칡즙과 헛개열매즙을 찾는 식이다. 때문에 SNS 마케팅은 필수다. 그러나 뭐라 해도 중년층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이들의 과거 경험과 현재의 평가가 진표식품의 신뢰를 보증한다. 중년층이 '옛 맛 그대로'라며 칭찬하는데, 이러한 글귀가 다른 중년층과 젊은 층의 구매를 돕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진표식품을 찾는 중년층이 많다. 사실 진표식품의 생 칡즙과 헛개열매즙은 다른 상표의 그것 보다 상당히 진하다는 평을 받는다. 김진표 대표의 또 하나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꾸준하게 초심을 지키며 제품을 생산하자 소비자들이 주변에 소개를 시키고, 다시 그 소비자가 소개하는 덕에 매출이 늘었다. 김진표 대표는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있다면, 초심대로 신선한 국내산 원재료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던 게 비법입니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 확인

김진표 대표는 매년 익산시에서 개최하는 천만송이 국화축제에 참여해 생 칡즙과 헛개열매즙을 홍보하고 있다. 시음 행사에서 진표식품(063-833-8879)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진한 맛에 단골이 되고, 다시 다음해 축제 때 진표식품을 찾는다. 천만송이 국화축제는 유명세에 따라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이곳에서 10일 동안 소비자들 상대하는데, 이제는 물량이 모자라 예약제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객들과의 직거래를 통해 김진표 대표는 자신감을 얻었고, 사업에 열정이 생겼다. 김진표 대표는 "이 때 진표식품의 제품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음의 안정

김진표 대표는 "앞으로도 정직함과 한결같은 마음으로 진표식품을 성장시키고, 예비 귀농귀촌자들의 모델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익산시 귀농귀촌 멘토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김진표 대표는 각종 박람회에서 예비 귀농인들을 상담한다. 이들이 자주 상담하는 품목 때문에 상추 하우스 재배도 일부러 시작했다. 연구회원들 역시 멘토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다. 회원들이 초기 도움 받을 곳이 없어 경험했던 어려움까지 아낌없이 전수한다. 회원들 역시 초기에 익산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센터와의 교류를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김진표 대표는 이처럼 농촌에 정착하는 단계가 빨리 올 줄 몰랐다. 이제는 고향에서 마음의 안정감을 찾고 있다. 요즘 시골에서 적지 않은 48가구의 이장까지 맡아 고령화된 고향 어르신들에게도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김진표 대표는 "앞으로 새로운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것 정도가 목표입니다. 제 희망이 예비 귀농귀촌자들에게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후배에게

김진표 대표는 농가 가공업을 희망하는 후배 보다는 귀농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조언을 했다. "농사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귀농에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다. 현재 농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판매가격 및 판로'라는 게 김진표 대표의 설명이다. 농산물 가격과 판매는 항상 불규칙하다. 경매 시세도 들쭉날쭉하고, 농부는 쉽사리 적정 마진을 얻지 못한다. 정작 정상적인 유통 마진은 유통업계에서 취하고, 농부는 농사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귀농에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진표 대표는 귀농을 위해 경매 시세를 장기적으로 공부하라고 제안했다. 김진표 대표는 "요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조금만 배우면 농사에 숙달할 수 있고,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노력하면 수준 높은 생산법도 배우고, 인맥까지 쌓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판로와 가격입니다. 여름에 상추가격이 잠깐 오르면, 상추가 금값이 돼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언론에서 떠듭니다. 나머지 기간에 상추농가는 밭을 갈아엎을 수는 없는 마음에 상추를 키울 정도로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집니다. 귀농인이 농산물 판로를 가장 찾기 쉬운 도매시장으로 정했다면, 판매 가격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경매 시세를 공부하고 농업 관련 밴드(band)에 가입하세요. 문제는 가격입니다."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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