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코에 당한 한돈

오피니언l승인2019.03.17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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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가짜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로 알려져 있다. 실제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되는 흑돼지 품종이다. 이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인기를 얻자 일반 저품질 스페인 돼지고기까지 이베리코로 둔갑돼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산 축산물의 원산지 둔갑은 우리나라 통관 과정에서 허점을 보인 때문이다. 수입업자가 돼지고기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선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역·검사를 거쳐야 한다. 이후 관세청에 수입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통과 절차상 원산지에 '스페인산'이라고 표기만 하면 이베리코 진위와 상관 없이 국내 반입이 허용된다. 또한 검역본부나 관세청에 이베리코 품종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없다. 통관에서부터 이력추적이 불가능하다 보니 스페인산 돼지고기가 모두 이베리코로 둔갑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수거해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10% 정도가 가짜인 백색돼지로 나타났다.
사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최고 등급인 '베요타'의 냉장육 정도만 맛과 품질이 인정된다. 그 외 등급이나 냉동육은 오히려 한돈 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과장광고도 한몫 했다.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방목 흑돼지는 극히 일부이며, 수입 돼지고기가 과연 그렇게 키워졌는지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데도 소비자들이 광고에 현혹됐다. 이와 함께 국내 사육 시스템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도 있다. 획일적인 국내 사육시스템에서는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이 어렵고, 오히려 구제역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품질 저하가 많다는 등의 인식이 소비자 심리에 깔려 있다. 소비자 인식이 바뀌려면 정부가 수입육 및 축산물의 표시광고에 대한 명확한 근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축산업계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밖에 통관에서부터 품종 확인 및 이력 추적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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