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가면 무언가를 배워 와야 하고, 또한 박물관 관계자는 항상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나는 박물관에 공부하러 간다”가 박물관을 대하는 최고 덕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가치들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몇 해전 자연사박물관에서 밤마다 전시된 동물표본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박물관은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일반 역사문화 박물관들도 충분히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요건 중 하나가 바로 ‘음식입니다. 미술관·박물관 등에서 음식을 즐기는 내부 카페·식당의 고급화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MoMA의 ‘The Modern’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 마술랭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입체적이고 총체적 관람’을 통해 박물관 관람의 만족도는 높아집니다. “나는 미술관에 먹으러 간다.”는 맛있는 박물관이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이미 국립전주박물관 주차장에 푸드 트럭을 일부 운영하고 있고, 주위 음식점과 협업을 통해 박물관 관람객 음식값 할인제도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하드웨어적인 건물을 새로 짓기 보다는 현 시설과 상황을 건드리지 않고 푸드트럭과 주위 음식점과의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으로 박물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존하면서도 맛있는 박물관으로 가겠습니다.
 한편 박물관에 가는 이유 가운데 앞의 두 가지도 인정하지만, 필자는 “나는 박물관에 놀러 간다”라는 말을 최고로 좋아합니다. 2014년 경향신문에서 ‘놀이가 밥이다’라는 연재기사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1년 놀이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내용입니다. 강요된 지식과 고착화된 전달방식이 아니라 신나게 놀면서, 상상하면서 창의적인 미래인재로 성장하는 놀이터가 박물관입니다. 또한 박물관은 놀면서, 쉬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쉼’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봄이 되면 국립전주박물관은 전체가 꽃대궐이 됩니다. 숲 속에 해먹을 설치합니다. 여름에 물총놀이를 즐기고, 가을에 추수한 짚 풀을 가지고 놀이터를 만듭니다. 이제 국립전주박물관은 ‘놀러오는 곳’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박물관은 끊임없이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스스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며 변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박물관은 그저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곳에서 벗어나, 변화와 변신이 요구되는 새로운 장으로 탄생해야 합니다. “도민들이 통째로 국립전주박물관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박물관은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겠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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