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8세기 초 대표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하고, 완주 안심사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포함한 고려 시대 불화, 조선 시대 목판과 경전 등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국보 제325호 ‘기사계첩(耆社契帖)’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되었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되었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金振汝), 장태흥(張泰興)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계첩?만의 특징이다.
  보물 제1306-2호 ‘묘법연화경’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과 성개 형제가 부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법화경’을 정서(정신을 가다듬고 주의를 집중하여 글씨를 씀)한 판본을 바탕으로, 1405년(태종 5년) 완주 안심사에서 승려 신문(信文)이 주관하여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불교의 교리나 경전 내용을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그림)가 6면에 걸쳐 수록되어 있고,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이 전반적으로 표기되어 있고 한글로 토가 달려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판각 이후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의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서도 학술 가치가 높다.
  이밖에 ‘고려 천수관음보살도(高麗 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제진언집 목판(諸眞言集 木板)’(보물 제2014호), ‘불정심 관세음보살 대다라니경(佛頂心 觀世音菩薩 大陀羅尼經)’(보물 제2016호),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慶山 新垈里 一號 木棺墓 出土 靑銅虎形帶鉤)’(보물 제2017호)가 보물로 지정됐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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