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월 국회를 열기로 했다. 파행과 공전으로 허송세월 한지 두 달 만이다. 나경원원내대표는 4일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스스로 결단을 내려 국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냈다.
늦었지만 국회가 문을 열기로 한건 다행이다. 하지만 국민적 여론에 마지못해 국회로 끌려나온 여야정치권을 보는 국민적 시선은 따갑다.
그동안 조건 없이 국회를 열자는 민주당에 맞서 무소속 손혜원 의원에 대한 국회차원 검증을 필수조건으로 내세운 한나라당의 한 치 양보 없는 강경입장에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국회는 문을 열지 못했다. 두 달을 놀면서도 꼬박꼬박 세비 챙겨가는 식물국회의 소속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세졌음은 물론이다.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시작된 보육대란 해결을 위한 ‘유치원 3법’ 대책마련에서부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포함한 사법개혁법안,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시한이 촉박한 선거법 개정 등 당장 처리해도 갈 길이 먼 민생·개혁 입법의 처리를 국회는 미룬 채 허송세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쟁이 민생보다 앞선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제2차 북미회담 결렬로 인한 국민적 불안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한·미 국방당국은 올해부터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연습까지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위협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한국 안보 위험요소는 오히려 가중되는 것으로 정치권이 나서서 직접 현안을 챙기고 안보와 민생에 있어서만큼은 여야가 하나라는 분명한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준다 해도 여전히 걱정이 남을 만큼 우리 주변 곳곳이 허점이고 불안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회가 일손을 놓고 있었다.
국회법에 명시된 2월 임시국회 소집도 무시해 버린 여야다. 각 당 원내대표가 새해 첫 회동에서 대화와 타협, 국민의 목소리를 받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며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지만 지난 2달의 한국정치에 대한 이들의 약속은 공염불에 다름없다. 국민 신뢰가 바닥인데도 전혀 급한 게 없었던 정치권에 대해 도대체 이들이 어느 나라 국회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건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당연하다. 겨우 국회 문을 열었지만 또다시 정쟁에 몰입돼 실망만을 주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금껏 희망의 정치가 거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 번 만큼은 걱정이 기우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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