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의 얼굴 1967 테라코타 32(w)×27(n)×49(h)cm

3.권진규(1922-1973)
1922년 함경남도 함흥 출생인 권진규는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예술원을 거쳐 무사시노 미술학교에서 앙트완 부르델Emile Antoine Bourdelle, 1861-1929의 제자인 시미즈 다카시(淸水多嘉示, 1897-1981)에게서 조소를 배웠다. 한국 근대조각을 대표하는 작가로, 테라코타와 건칠乾漆을 이용한 두상과 흉상 작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조각에 있어 불필요한 장식성을 배제하고, 긴 목과 먼 곳을 응시하는 시선의 인물상을 통해 정신적 구도의 자세를 표현하고자 했다. 대표작으로는 ‘자소상(自塑像)’, ‘지원의 얼굴’, ‘마두(馬頭)’ 등이 있다.
▲‘지원의 얼굴’
권진규는 틀을 만들어 작업을 한 까닭에 여러 점의 테라코타를 만들 수 있었다. 즉 에디션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여러 점을 구워서 그 중 하나는 모델에게 기증하였다. 이 작품은 세 점을 만들었는데, 동경국립근대미술관이 구입하였고, 하나는 모델이 그리고 하나는 리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목이 길고 이목구비가 앞으로 집중되어 있고 머리를 앞으로 내민 이 반신상은 머리 전체를 스카프로 감싸고 몸은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서 사실 두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세속의 상징인 머리카락을 보이지 않게 하고, 목을 길게 표현한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영과 종교로 분절한 모델, 그 모델의 면피를 나풀 나풀 벗기면서 진흙을 발라야 한다. 두툼한 입술에서 욕정을 도려내고 정화수로 뱀 같은 눈언저리를 닦아내야겠다. 모가지의 길이가 몇 치쯤 아쉽다. 송곳으로 찔러 보아도 피가 솟아나올 것 같지 않다.” 라는 그가 남긴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종교적 순결의 상황을 희구하는 그의 글을 통해 그가 시도한 초상조각이 내적 세계의 표현, 종교적인 절제의 형상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원의 얼굴
1967
테라코타
32(w)×27(n)×49(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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