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만찬을 시작으로 2차 ‘핵담판’의 포문을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8개월 만에 재회하고, 단독회담과 친교 만찬까지 2시간여를 함께 했다.

이날 만남은 28일 공식 정상회담을 앞둔 본격적인 탐색전의 성격이 강했다.

만찬에는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하며 3+3 형식으로 열렸다. 양측은 자세한 언급은 내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실행 조치와 상응 조치를 두고 막판 조율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김 위원장을 ‘내 친구’로 부르며 트위터에 글을 올려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고 있다”며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매우 빨리 똑같이 될 것”이라고 핵담판을 앞두고 경제적 번영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은 70년 가까운 적대관계 청산에 시동을 걸며, ‘센토사 공동선언’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와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포괄적 성격의 합의를 도출했다.

28일 북미가 단독 및 확대 회담을 거쳐 발표할 ‘하노이 공동선언’은 1차 합의에 실행력을 담보할 구체적 이행계획이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이,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종전선언(평화선언), 평화체제 구축 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완화 등을 카드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이 이번 합의문에 담길지도 관심사다.

앞서 지난 25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간 종전선언의 실효성을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관광,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허용이나 대북 제재의 부분적 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워싱턴 DC 한미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영변 시설의 영구 폐기는 불가역적 단계로 가는 첫 단계가 된다면, 미국의 부분적인 제재완화는 충분히 제공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건-김혁철 실무라인에서 상당한 공감이 이뤄졌고, 정상간 정치적 결단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변인은 하노이 합의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의미부여에 대해 “우리 속담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며 “천릿길을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북미 두 정상은 28일 공동기자회견 방식으로 ‘하노이 핵담판’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좌우할 이 합의에 전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공개일정을 비우고 실시간으로 회담 상황을 보고받으며 결과를 예의 주시할 예정이다. 북미 공동성명 발표 이후 늦은 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워싱턴 정상회담 일정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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