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寂寞)……’

사람도 없다. 차도 없다. 말 그대로 고요하고 쓸쓸했다. 지난 12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1년을 맞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의 풍경이다.

1년 전 군산공장 폐쇄를 성토하는 수많은 현수막들도 남김없이 사라졌으며, 빛바랜 한국지엠 간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엠 본사는 지난해 2월 13일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사형 선고를 내렸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한국지엠 군산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군산은 그야말로 후폭풍에 휩싸였다. 한 중소도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직원 2000여명과 협력업체 근로자만 1만3000여명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날 점심. 소룡동 순대국밥집에서 만난 한국지엠 군산공장 근로자 김모(50)씨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는 “지난 12월말로 실업급여도 끝났고,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직장 동료들의 태반은 다른 곳으로 떠났어. 다른 동료들도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20년간 한 우물만 팠던 우리들에게는 이마저도 힘들다”며 쓸쓸히 자리를 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여파는 지역 상권 붕괴로 이어졌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인접한 산북동과 오식도동 원룸촌의 밤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간간히 보이는 불빛이 그나마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군산지역 아파트 매매도 뜸하다. 공인중개소 벽면을 꽉 채운 아파트 매매 전단지는 답답한 군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소룡동에 위치한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소룡동은 말할 것도 없고, 나운동, 수송동도 아파트 매매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아파트 공급까지 늘어나면서 군산의 부동산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한다.

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지역 요식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단과 밀접한 오식도동과, 소룡동, 산북동 대부분 음식점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고, 시내 일부 음식점도 임대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져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군산을 떠났고, 얇아진 지갑은 서민들의 ‘외식’ 문화를 없애버렸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1년. 군산의 경제는 얼어붙었지만, 희망의 싹은 고개를 들고 있다. 제2, 3의 광주형 일자리로 군산시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타 지역으로 이사를 준비했던 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근로자 이모(43)씨는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군산형 일자리 추진에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침체된 군산경제를 위해서라도 군산형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군산형 일자리가 추진되길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이사도 당분간 미뤘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대국밥집 폐업을 고려했던 최모(58)씨는 “정부에서 올해 상반기 안에 지자체에 2~3곳의 광주형 일자리를 확대 적용한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이런 소식은 암울한 군산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다시금 우리 가게를 찾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근로자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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