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을 위해 발행된 온누리상품권, 설 명절을 수 일 앞둔 가운데 취지와 달리 정작 실상에선 사재기 등 일부 상인의 배를 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오전 전주시 인후동 모래내시장, 전통시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판매에 따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대개의 경우 현금과 카드 등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할 뿐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따로 있다는 설명이다.

청과류를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 최모(56)씨는 “상품권을 이용하는 일반 손님은 손에 꼽힐 정도다”면서 “대체로 이전부터 거래하는 식당 등이 상품권을 이용한다. 이들은 한도보다도 많은 상품권을 들고 온다. 비단 올 해만 벌어진 특별한 일이 아닌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와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시간가량 모래내시장과 남부시장, 중앙시장 등을 살폈지만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는 고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전주 지역에서 중화요리 집을 운영,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이번 설 명절 가족과 지인 등 다른 사람의 신분증 수십 장을 이용해 온누리상품권 수백 장을 사들였다.

온누리상품권은 은행 등 정해진 판매처에서만 구입할 수 있지만 별도의 감독이 없어 직원에 따라 사재기가 가능한 탓이다.

A씨는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구입해 이윤을 남길 생각을 할 것이다”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겠다. 또 남들 모두가 하는데 상품권 사재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 등 온누리상품권 판매처마다 이를 구매하기 위한 행렬이 연일 줄을 잇는 상황이다. 이달 말일까지 개인구매 할인율 기존 5%에서 10%로 그 폭을 넓히고, 내달 20일까지 개인구매 월한도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해 혜택을 강화하면서다.

상인들 사이에선 입고 즉시 소진되는 상품권에 “없어서 못 산다” “상품권 보기가 하늘에 별 보기다”는 말까지 나돌 지경이다.

이날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김모(48)씨는 “아침 9시부터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지만 헛걸음에 그쳤다. 대기 순번에 밀려 코앞에서 상품권을 놓쳤다”면서 “아무래도 온라인 중고거래로 구입해야 할 듯하다”고 푸념했다.

전통시장에선 찾을 수 없는 온누리상품권, 반면 온라인에선 이를 재판매하는 거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매입가의 2.5%상당을 할인해 판매, 온누리상품권 1만원 한 장은 현금 9750원에 거래됐다. 소위 ‘되팔이’로 불리는 이 같은 매매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관련법은 온누리상품권의 판매처와 개인 구입 한도금액 등을 지정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상품권 부정유통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장대응반을 구성해 부정유통 사례를 근절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 대란 사태는 비단 전북에 국한된 사안이 아닌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단에서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상인회 등과 협업해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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