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평정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전북도립국악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직급 승강제에 따라 34명의 단원들이 직급 이동 대상으로 통보됐다. 6급과 8급 사이의 단원들이 대부분 1개 급씩 변동이 있었지만 이 가운데 6급에서 8급으로 무려 2개 급이 떨어진 단원도 나왔다. 일반 공무원 같으면 거의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승강제에 따라 직급이 하락한 단원들은 연봉에서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존심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단원들에게 직급 승강 내용이 통보 된 이후 전북도에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직급승강제는 단원들의 기량 향상과 함께 행정공무원에 비해 느슨한 근무기강을 강화한다는 이유 등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술인과 공무원이라는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분의 차이는 숱한 갈등의 씨앗이 돼 왔다. 특히 단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과 전북도의 입장이 극명히 맞섰던 2000년대 초반 이후 도립국악원은 바람 잘 날이 드문 시간을 보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조와 전북도 뿐 아니라 도내 문화예술인계를 포함해 국악원 정상화(?)에 대한 많은 노력들이 이어져 왔다.
이런 움직임들은 양측의 양보와 이해로 이어졌고 최근 10여 년간 국악원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직급승강제도 노조와 전북도가 협의를 통해 합의한 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기평가 오디션과 근무평정을 포함한 종합평정에 따라 이뤄지는 승강제는 이번이 2번째로 적용한 사례다.
현재 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단원과 전북도 모두가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의 목적 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5~6가지의 방안 모두 단원 개인과 노조를 만족 시킬 수 없고 전북도 또한 ‘예산’이라는 큰 벽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이 기회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비교적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던 노조와 전북도가 이 문제를 놓고 다시 한 번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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