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미투’고백에 이어 전 유도선수인 신수용 씨가 고등학교 때인 2011년부터 담당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 씨가 다녔던 고등학교가 전북 고창에 소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도민들의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신 씨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고교 1학년 재학시절부터 졸업 후인 2015년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재학 중인 학교 유도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신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강요받기도 했고 아내가 의심하니 없던 일로 말해달라며 5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피해사실이 알려지면 유도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아 숨겨왔지만 후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 씨는 지난해 3월 사건을 서울 방배경찰서에 접수했다. 참고인들이 진술을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건을 이첩 받은 군산지청이 원점 재수사를 천명한 만큼 최종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실명을 공개하면서 까지 진실이 드러나길 원하는 신 씨의 성폭행 주장은 스포츠 가치를 훼손하는 엘리트 체육의 비정상적 지도 관행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단 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적지상주의로 인해 체육선수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 절대 권력자인 지도자 눈 밖에 난다는 건 결국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미이기에 선수들은 음지에서 신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절대 뒤집을 수 없는 지도자와 선수간의 갑을관계에서부터 체육계의 집단성, 폐쇄성, 그리고 그들만의 침묵 카르텔이 더해진 문제점들이 지금까지의 방지책을 무력화 시켰음이 확인됐다. 남성중심 체육계인사구조와 폭로를 해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한 현재 시스템 역시 피해를 확산시킨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이 성폭행지도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관용 없는 일벌백계 징벌과 철저한 피해자보호 시스템을 담은 관련법개정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이상 경기력 향상을 빌미로 한 폭행이 성폭행으로 이어지고 스포츠 특수성을 감안한 이해가 비리와 갑질로 변질되게 해선 안 된다. 강제적인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깊게 곪은 한국체육계엔 그 이상의 강력한 처벌에 답이 있음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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