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형순 보유자

  시골 농악계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고 섬 지방 굿이 공동체 문화 전통으로 가치를 높인 과정을 보유자 구술로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국립무형유산원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의 구술을 담은 <2018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 14권을 발간했다.
  2일 국립무형유산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무형문화재 구술 채록 사업’을 진행하여 보유자들의 삶과 전승과정에 대해 생생하게 구술한 자료와 이를 채록한 원천자료를 확보했고 이 중에서 2017년도 사업으로 총 20권, 지난해 14권을 발간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은 전승자들의 전승 과정은 물론, 출생과 결혼 등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제작했다. 직접 말하듯 기록한 문체 속에서 보유자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면모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당시의 시대적?역사적 상황, 주요 인물과 예술 종목에 대한 소개도 곁들여 독자들이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술자들 대부분은 1920~30년대에 태어난 고령자들로 일제강점기와 3?1운동, 8?15광복과 한국전쟁, 새마을운동과 대한민국의 폭발적 경제성장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자서전에는 한산모시짜기(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고 문정옥 명예보유자 등 기술 분야 2명과 이리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김형순 보유자, 강릉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 정희철 보유자, 진도다시래기(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 강준섭 보유자 등 공연예술 분야 9명, 좌수영어방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62호) 김태롱 보유자 등 놀이 분야 2명과 의례 분야 위도띠뱃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82-3호) 김상원 보유자 등 총 14명의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 김형순(1933~2017) 보유자는 20살 때 누구 아는 사람도 없는 이리(현 익산) 평화동으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굿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리 농악계를 조직한다. 일곱 여덟 명이던 이리 농악계는 하나 둘 사람이 모여 이리농악단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김형순은 이리농악단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 김제, 부안, 익산 등지에서 호남우도농악 명인들을 초빙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각종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두 번 수상하게 되었으며, 1985년 이리농악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에 지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김상원(1933~) 보유자는 위도에서 나고 자라 위도의 세시풍속이나 민속놀이를 비롯하여 마을 공동체의 문화적 전통에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위도띠뱃놀이의 맥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전승자이다. 김상원은 위도띠뱃놀이의 화주이자 제관으로 제물 장만을 비롯하여 각 제의의 독축과 굿에서의 악사, 민요의 선창 등의 일을 맡아 하며 위도띠뱃놀이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6·25전쟁에 학도의용군으로 강원도 영월 전투에 참전하여 전멸하는 위기 속에서 총알이 뺨에서 귀 뒷머리로 관통하는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면서도 삶에 대한 처절한 의지로 끝끝내 살아남아 궁중무용의 전통을 계승하고 이론적 체계를 확립한 ‘처용무(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김용 보유자’, 전쟁 중 피난길에 남편을 잃고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사업에 뛰어들어 사업가로 승승장구하여 자식들을 올곧게 키워내고 전통문화의 후원자이자 전승자로서도 굵은 삶을 살다간 ‘북청사자놀음(국가무형문화재 제15호) 고 이근화선 명예보유자’ 등 전승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사이자 대한민국 현대사로 무형문화재가 지닌 전통문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올해 사업으로 8명의 구술 채록을 새롭게 추진하는 등 구술 채록과 자서전 발간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확대할 예정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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