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전북농업기술원 원장

  21세기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상품에 담아 소비하는 감성소비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강력한 마케팅 무기가 된다. 많은 기업, 단체, 개인이 스토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여 자신의 메시지 전달에 이용하고 있다. 공학이나 디자인 차원에서 제품의 기능성과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문학적 가치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스토리는 똑같은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마술을 만들어 낸다. 똑같은 옷이라도 유명인이 입던 옷이라면 가치가 폭등한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그 상품에 얽힌 스토리가 있으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은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소비하기보다 자신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석학  미래학자 롤프 엔센(Rolf Jensen)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인에게 감성적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는 이야기로 한국의 정체성과 전통문화를 차별화할 것을 강조한다. 전통문화 기반의 글로벌화가 가능한 스토리 창작소재 발굴에 집중하면서 우수한 한국문화의 DNA 발굴 및 확산을 위한 홍보 스토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신화나 전설 또는 사람 사는 이야기 등을 그냥 담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fact)을 기반으로 과거의 것을 수요자 욕구 충족에 맞게 창작하여 효과적으로 이야기로 풀어가는 작업이다. 자신의 삶과 가치가 스토리에 반영되고 삶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감성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기의 철학적 기반이 없다면 단순한 기술자에 불과하다.

  이런 측면에서 농촌은 이미 훌륭한 스토리 소재의 보물창고가 되기에 충분하다. 농업을 통해 자연과 어우러진 삶, 철학적 가치를 담아 차별화하여 상품에 접목하고 지역의 문화와 감성을 더한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전북농업기술원은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과정으로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e-비즈니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차별화된 상품개발과 매출을 올리고 있는 농가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김제 금모래마당(대표 조성천)은 우리농산물을 이용해 조청을 만드는 소규모 가공업체다. 초기에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전북농업기술원의 e-비즈니스 교육을 계기로 제품의 기능 측면보다 이야기를 파는 농업을 추구하고 있다. 조 대표는 스토리텔링사관학교를 설립하고, 농가 이야기를 직접 설계하고 체험, 블로그, 페이스북, 유트브와 연계해 문화콘텐츠 공작소를 운영하며 농촌 스토리 플랫폼 역할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부안 슬지네제빵소(대표 김갑철)는 읍내에서 평범한 찐빵 가게를 운영하던 업체였다. 사업장을 곰소 염전 근처로 이전하면서 지역 특화작목인 뽕과 오디에 스토리와 지역 문화를 접목해 오색찐빵과 팥빙수, 팥 음료, 발효소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염전체험 등 지역의 경관자원과 역사, 문화를 스토리로 엮어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름난 찐빵가게가 됐다.

 위 사례같이 이제 농업도 단순한 생산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보다 지역자원을 연계한 스토리를 담아 소비자의 감성을 일깨워 주는 상품을 생산해야한다. 또한 지역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개발로 도시 소비자들의 현장 방문을 유도하는 등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상품에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농업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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