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 온지 10년. 도예작가 이병구가 ‘시간이 흘러간 바다’를 주제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전주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마련한다.
  남원 갈치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타향살이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마을 이장이 되어 고향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있다. 어린 시절 갈치(葛峙)라는 이름이 싫었다는 그는 칡이 많이 나는 언덕이라는 뜻을 벗어나 어린 시절부터 이 곳이 갈치가 많이 나오는 바다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다.
  안개 낀 날 높은 산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구름이나 안개에 덥힌 산봉우리들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것처럼 안개에 잠긴 깊은 산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그는 산이 품은 바다를 작품에 담았다.
  야외에서 직접 불에 구워지는 노천소성기법으로 일정한 크기의 도자 조각들에 자연의 색감을 불어 넣었다. 노천소성기법은 선사시대부터 사용한 토기를 굽는 방식으로 평지나 우묵하게 파인 곳에 토기를 놓고 나무를 쌓아 태워서 자연스럽고 소박한 불의 효과를 나타내는 기법이다. 비슷하지만 각각의 색감을 드러내는 도자의 조각들은 하나하나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작품이자 산이 품은 바다 속 마을을 의미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못은 그가 낡은 한옥집을 고치며 고재에서 골라낸 낡은 부속으로 이미 사용가치는 없어졌지만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다. 그 낡은 시간이 도자의 한 부분이 되어 조화를 맞춰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원광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석사 졸업. 터 토예가 회원전, 남원공예가 회원전, 2012년 중국 경적진 세계도자 박람회 한중일 교류전, 수지미술관 개관 초대전, 삼도교류전, 국제 남원도예 작가 초대전 등 다양한 기획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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