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영 원광대학교 교수      

   ‘에브리데이 가디건’ 올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아이템이다. 매일을 뜻하는 에브리 데이와 가디건이라는 두 글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이 가디건은 한복의 형태에서 착안하여 편안함과 실용성 그리고 심미성까지 충족시킨다. 시간을 더 거슬러 가보면 나라마다 그 만족만이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복식이 있다. 한민족의 전통복식 중 장식을 제외한 옷을 뜻하는 한복은 크게 여성의 저고리와 치마 그리고 남성의 저고리와 바지 및 두루마기 등의 상?하의를 기본으로 하며 형태적 특성은 가변성과 유동성이다. 이 특성을 양복과 비교하여 설명하면 양복은 입는 사람인 각 개인의 신체별 치수에 맞춰 몸판과 소매 같은 각 부분들을 연결하여 몸에 잘 맞는 입체적인 형태로 완성된다. 반면 한복은 하나의 천을 주름잡아 단추와 같은 장치 없이 돌려서 묶음으로써 치마 볼륨을 만들거나 저고리나 두루마기 같은 상의는 소매부분을 몸판에 합체하는 것이 아닌 몸판과 소매가 하나로 연결되어 몸과 옷 사이에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공간들은 하나의 옷이라 하더라도 입는 사람의 신체 사이즈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성을 지닌다. 이러한 유동성과 가변성은 한복 특유의 길이감과 풍성한 볼륨감 그리고 화려함에 의한 예복으로서의 이미지가 커지면서 동시대적 디자인의 요소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정책적 차원에서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복의 현대화와 일상문화에의 정착을 위해 개량한복이나 생활한복들이 등장했지만 대중과 대다수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에는 패션보다 복식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패션 시대에 살며 캐주얼 룩이 일상화된 20대들은 감각적인  디자인 영감으로 한복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가디건은 활동하기 편한 니트 소재에 한복 두루마기에서 소매통과 길이를 줄인 심플한 형태를 접목해 개별 치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유행에 덜 민감한 블랙 색상은 단순성의 미학을 완성시킨다. 또 다른 예로 한복 저고리의 목둘레에 해당하는 동정 부분을 분리하여 만든 실크 스카프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단아하고 작은 크기의 동정 모양 스카프는 고급스러운 실크소재와 만나 티셔츠나 원피스 등 다양한 아이템과 어울리면서 한복의 현대화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양산되는 시대에 한복의 재창조나 현대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디자인의 속성인 경제성, 실용성, 내구성, 심미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일상에서 가능한 의류의 제조 뿐 아니라 한복이 주는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현대적 감성으로 보여져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통문화 중 한복을 창업 아이디어로 시작한 청년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위의 요소들을 평가받는다. 국내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40여개 가까이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프로젝트가 종료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철릭원피스에서 패션소품과 아동복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타나면서 각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서포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구매에서 끝나지 않고 전통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복에 그리고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옷장 속 보자기에 곱게 싸여 보관중인 한복을 꺼내어 찬찬히 살펴보시길 바란다. 결코 한복과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거리는 멀지 않다.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대의 감성과 감각 그리고 옷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유방식의 바탕에는 오랜 시간을 이어온 의생활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문화 관련 시제품 제작이나 창업에 대해 전주를 비롯한 국가적 지원과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또한 단순한 판로 진입이 아닌 문화매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기반조성에서 청년들이 한복을 창업 아이디어로 잘 활용한다면 창업을 넘어 문화매개자가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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