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전북’이 부리고 돈은 ‘서울’로 빠져나간다

 

김광수 국회의원(보건복지위 전주갑)

 

경제의 순환은 사람의 혈액순환과 비교되곤 한다. 혈액이 체내에서 원활하게 돌아야 모든 기관과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하듯, 경제에 있어 자금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지역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소득이 지역내에서 순환하지 못하고 서울 등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역외유출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25일 발표한 ‘지역 소득 역외 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전북지역의 총소득 중 12.1%에 해당하는 4조 8,921억 원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인구는 물론, 자금마저 지속적으로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역외로 흘러들어가는 지역소득의 유출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2000년 역외 유출 규모는 2조 7,689억 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4조 8,921억원으로 무려 2조 1,232억 원(76%)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방에서 서울로 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이 고착화될 뿐만 아니라 그 금액의 규모도 점점 커져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소득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재주는 ‘전북’이 부리고 돈과 사람은 계속 ‘서울’로 빠져나갈 것이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세종시를 제외한 15개 시·도 중 전북, 전남, 충남 등 9개 지역은 소득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갔고,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7개 지역은 타 지역의 소득이 유입됐다. 수도권 등 대도시와 지역 간 소득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집권초기의 동력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지하다시피 전북에서 발생한 소득의 역외유출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장벽이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소득의 역외 유출현상이 심화된 이유를 살펴보면 근로자의 근무지와 거주지가 다르고, 본사와 공장·지사·영업소의 소재지가 다르다는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본사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자금을 집중 관리하는 현재의 기업시스템에서는 본사가 지역으로 이전해 오지 않는 한 자금유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지역자금 유출로 인해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지 않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 모두가 합심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업의 경우, 지역의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서 지역업체의 수주 및 하도급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제입찰대상사업은 기본설계 등 계획단계부터 공구분할 및 분리발주 등을 적극 검토해 지역제한 및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사업을 확대할 필요도 있으며 지역가점 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유통업의 경우 대형소매점의 무분별한 진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지역의 상황을 감안하면 신규 대형소매점이 추가로 진입할 경우, 그 피해는 경쟁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지역 재래시장과 영세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서울에 법인 본사를 두고 지역 자금을 싹쓸이하는 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지역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자금 유출 방지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국내외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거나 지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많이 키워 해외나 타지역 진출을 통해 자금을 유입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이 실제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방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전반에 걸친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수도권 동맥경화’상태다. 인간의 혈액도 몸 곳곳에 제대로 순환되어야지 한 곳에 집중되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심화되는 전북의 소득 역외유출 대책을 세워 지역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打開)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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