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 1기 하반기 입주작가 신선우와 조야(Joya Shahrin Huq·방글라데시) 결과보고전이 24일부터 12월 7일까지 열린다.
  두 작가는 지난 9월 입주했으며 이번 결과보고전을 끝으로 레지던스 일정을 모두 마친다.
  조야의 ‘TACIT’ 전은 경건한 자유의 노래다.
  조야는 방글라데시 다카대학교에서 판화를 가르치는 교수로 그간 주로 에칭(동판화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을 통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번잡한 도시로 유명한 다카에서와 달리 산 속에 있는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에서는 자유로운 표현력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관의 주변에서 채취한 나뭇잎, 꽃잎, 모래, 벌레 등을 천연물감으로 만들어 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여러 자연물들을 채취하고 진열하는 작품을 통해 마치 이것이 자신이 느끼는 한국의 김치와 같다며 말하기도 했다.
  “조야의 회화는 확장한 자화상이다. 자신의 입고 있는 옷, 일상의 소품들, 동물들, 아름다운 꽃들이 평화롭게 뒤엉켜서 공존한다. 더러는 총이나 두려운 감정을 드러내는 형상이 숨어 있지만, 그것들은 그녀의 품속에서 폭력성을 상실하고 귀여운 소품으로 변화한다. (중략) 그 경직됨 없는 편안함이 요즘처럼 들뜬 세상에서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신선우의 ‘전개의 가능성’전은 울타리 걷어내기다.
  신선우 작가는 영화학도에서 미술학으로 미술학에서 서양화로 변화하고 있는 작가이다.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들의 충돌을 주로 얘기한다.
  그의 작업 안에는 여러 역사적, 문화의 담론이 담겨있는 오브제들이 있다. 그것들을 살펴볼 때 관람자는 고정된 고고학적 담론의 오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러한 학습된 강요들에 다시 질문을 가하는 것이 그의 작업 목표다.
  이집트의 스핑크스, 아프리카 부두교의 여성,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 조선시대에 건축된 절 등 여러 요소가 한 화면에서 충돌을 일으키며 또 다른 혼종을 낳는다. 어떻게 보면 인위적 융합의 시도로 볼 수 있는데, 이 강제적 행위를 통해서 기존 담론을 벗어난 다른 소통의 형식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신선우의 회화는 관자의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충돌하는 이미지 사이를 끊임없이 맴돌게 한다. 그래서 우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고정관념이 이질적인 형상과 부딪히면서 울타리(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그 결과로 우리는 걷어낸 울타리 사이에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짓누르는 것을 딛고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한편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이 레지던스 매칭 비평가로 함께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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