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도 전북농협 본부장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농가월령가 10월령의 일부분이다.

우리 선조들은 흔히 입동(立冬)을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로 여겨 입동이 지난 후에 김장을 담가야 김치에서 제 맛이 난다고 여겼다. 김장김치는 겨울 동안 채소 섭취가 불가능 했던 시절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의 섭취를 위해 소금에 절이고 고추·파·마늘·생강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려 담근 염장 발효 식품이다.

김치만으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지만 국이나 찌개를 만들 수 있고 만두나 김치전에서도 멋진 조화를 이룬다. 요즘은 라면과 함께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필자가 유년시절에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김장김치와 연탄이 필요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김장김치가 겨울에서 봄까지 먹기 위해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우리만의 독특한 생계형 풍속 이였다면, 지금의 김장김치는 축제가 되었고 사회적 나눔이 되었다.

우리 국민 10가구 가운데 7가구는 올해 김장김치를 집에서 직접 담글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김장의향 소비자 조사결과”에 의하면 가구의 65%가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이유는 가족이 선호하는 입맛을 맞출 수 있어서란 답변이 55%로 가장 많았고, 시판 김치보다 원료를 믿을 수 있어서가 31%, 절임배추·김장양념 판매 등으로 김장하기 편리해져서가 7%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번거롭더라도 가족의 입맛과 건강을 위해 직접 김장김치를 담근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가족 구성원이 많고 연령이 높을수록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한 신선배추보다 절임배추를 선호하는 가구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16년을 기점으로 절임배추 선호도가 신선배추를 앞질렀는데, 그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구매 선호도에서 절임배추는 53%, 신선배추는 47%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절임과정의 번거로움 감소가 71%이고 시간절약이 26%로 꼽혔다.

실제로 김치를 담그는 집도 담글 줄 아는 사람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장의 양도 적어졌고 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스트레스와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절임배추가 있어 과거보다 훨씬 간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김장을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다.

좀 더 폭 넓은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2013년 12월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2017년 11월 문화재청은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했다.

여러 가지 김치를 또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김치를 온 가족이 동원되어 함께 담그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는 우리의 풍습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고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협동과 나눔이라는 문화를 후대에 까지 전해주고 싶은 의미일 것이다.

정부와 농협, 각종 사회단체들은 ‘김장 붐’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김장김치 풍속을 계승하고 불우이웃과 나누어 먹는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제 김치는 단순한 김치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또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