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는 21일부터 12월 3일까지 13일간 ‘천년, 전라굴기’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라도 정명 천년을 맞아 전북도립미술관이 마련한 세 번째 천년전라기념 기획전이다.
  ‘천년, 전라굴기(全羅?起)’전은 전라도 정명 천년을 맞아 미술관의 소장품 중에서 전라의 자연과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굴기의 사전적 의미는 산이 불뚝 솟음, 벌떡 일어섬을 말하며, 기울어져 가는 집안에 훌륭한 인물이 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하는 출발선에서 탁월한 미감과 품격을 가진 전라미술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중 박남재(1929~) 화백의‘격포의 파도’는 격포바다의 파도치는 풍경을 대담한 화필과 과감한 생략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자연의 궁극적인 정신성과 장엄성 및 불변성을 작가 특유의 표현기법으로 조형화하고 있는 대표작이다.
  문주호(1963~)의‘Showcase-09’은 풍요로운 시대의 잔류물인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이미지를 차용한다. 마치 연륜이 깊고 가치 높은 유기그릇처럼 파편을 나열시키며 그 표면에는 상대적으로 시대의 대중문화 이미지나 기호들을 포장하여 이 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급박하게 흐르는 가치관, 물질의 풍요로 채울 수 없는 우리 내면의 빈곤함이 화려한 컵의 표면과는 달리 빈 컵의 공허함처럼 이 시대를 상징한다.
  권성수(1969~)의‘공존공간-모악산’은 모악산을 돌아다니며 그 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모악산의 공간을 작품 속으로 끌어 들여 함축적인 현대 조형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모악산에 대한 느낌과 조각의 본질 중 하나인 공간성의 관계 속에서 인간에 의해 조형적으로 표현되어진 부분에 작가에 의해 선택된 조그만 자연석을 적절하게 구성하였다. 구성이 끝나는 순간 문명과 자연 그리고 그 사이의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장(場)이 되어 또 다른 이름의 시공간 이 형성된다.
  김두성(1970~)의‘이의 있습니다!’는 공사 현장에 버려진 멀쩡한 자투리 목재들을 겹겹이 쌓고, 붙여서 덩어리를 만들고 다시 자르고 깎아서 만든 작품이다. 통나무를 이용하는 것 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폐기물로 버려질 것들에게 새로운 쓰임을 찾아 주는 뿌듯한 작업이다. 작가는 버려진 것들과 함께 자본과 효율의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 “이의 있습니다!”
  진창윤(1964~)의‘녹두 장군’은 2014년 동학혁명 120주년을 맞이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오늘 죽지만, 살아나서, 영원히 살아 이 땅의 가난한 백성들의 희망이 되고자 한 혁명가 전봉준. 부릅뜬 눈망울 속에서 백성들을 향해 용기를 내라고 외치는 듯하다. 120년 전 전봉준 장군의 눈빛을 통해 이 시대를 직시하고자 한다. 빠른 붓놀림과 화려하지 않은 색채의 얼굴, 마치 백성들의 눈물처럼 화면 전체에 떨어지는 녹두꽃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김은영 관장은 “이번 전시에는 드넓은 평야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을 품은 전라도 풍경의 서정성과 격동의 역사 속에서 꿋꿋하게 이 땅을 지켜 온 사람들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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