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전북 응시생 여럿이 탐구영역 응시방법을 어김에 따라,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탐구영역 위반 사례를 보면 복잡한 절차로 실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해를 거듭해도 수가 줄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험이 무효 처리되는 등 처벌은 가혹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19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수험생 전체 부정행위 중 탐구영역 응시방법 위반 사례는 2017학년도 6건 중 2건, 2018학년도는 8건 중 4건, 2019학년도 5건 중 4건이다. 3년 새 해당 사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15일 치른 2019학년도 수능에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도 마찬가지인데 2017학년도 전국 197건 중 69건, 2018학년도 241건 중 113건으로 오히려 느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건 선택과목이던 한국사가 2017학년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 탐구영역에 포함되면서다. 선택과목부터 필수과목까지 소화하다 보니 탐구영역 절차가 혼란스러워진 것.

오후 2시 50분부터 4시 32분까지 102분 간 치르는 4교시 한국사 및 탐구 영역에선 한국사를 필수로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 중 계열별 최대 2개 과목을 과목당 30분씩 푼다. 한국사영역을 모두 응시하고 나면 감독관이 시험지를 걷어간다.

10분 쉰 뒤 시작하는 탐구영역에는 2개 과목 선택자와 1개 과목 선택자가 있다. 전자는 한 과목을 풀고 2분 쉰 다음 다른 과목을 풀어야 한다. 후자는 앞선 한 과목 시간 대기해야 한다.

시험지의 경우 개인별 선택과목과 상관없이 사탐 10개, 과탐 8개 등 선택계열 모든 과목을 배부한다. 그러나 해당 시간 선택과목 문제지만 꺼내 풀고 나머지 과목 그것은 봉투에 넣어 책상 아래 넣어야 한다. 개인별 치러야 할 과목은 2~3개지만 답안지는 단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택과목 2개 시험지를 동시에 보거나 선택과목이 아닌 과목 문제지를 보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드물지만 1개 과목을 보는 이들이 대기시간 동안 자습 같은 시험 준비를 하거나 답안지 마킹을 하기도 한다.

시험을 부정한 방법으로 잘 보려 했든, 응시방법을 잘 모르거나 헷갈렸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제재는 동일하다. ‘시험 무효 처리’다. 교육부 심의에서 부정행위로 나오면 수능 전 과목을 0점 처리한다.

잘 인지하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들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실제로 전북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매년 일어나고 있다. 정부 차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사를 다른 영역으로 옮기거나 따로 떼어내고 답안지도 과목별 나누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탐구영역 치르는 방식에 대해 학생들 연습시키고 교사들 연수하고 여러 번 일렀음에도 효과가 없었다”면서 “알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과목 시험지가 따라 나오거나 착오로 다른 과목을 풀기도 한다. 과목이 여러 개다 보니 마킹을 다른 데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면 시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건의하고 있다. 학생들이 1년 동안 애써 준비했는데 물거품이 되선 안 될 것”이라며 “과목이나 답안지를 분리할 경우 시험 시간이 길어지고 1.5배~1.7배 시간이 주어지는 특별관리대상자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내야 한다”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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