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한정 전북대 의과대학 약리학과 교수

최근에 대한의사협회는 오진으로 8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진 3명이 법정 구속된 것과 관련해 거리 집회를 열고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은 사실 임상현장에서 과중한 진료업무에 눌려 있는 게 현실이다. 책임감으로 개인의 삶의 질을 포기하여야 하는 선택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수술실의 CCTV설치를 권장하려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상황에서 전문직의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받고 있어, 피할 수 없는 의료사고에 조차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이전에 없는 수준의 도덕적 직업관 및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으론 노령화사회로 인한 노인환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중환자 진료 및 약물치료에서도 매우 세심한 주의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 임상현장이다. 최근 인천 지역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잇달아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사망사건과 유사한 약물관련 사고이다. 필자는 의과대학에서 약의 사용과 원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약의 전문가가 적어도 약물치료에서는 의료진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체제가 갖추어지면 약물과 관련된 의료사고 등은 예방할 수 있고 효율적인 약물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약물치료의 전문성을 갖춘 약사의 교육, 역시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초에서 임상까지 약물의 개발, 원리, 임상적용을 다 아우르는 통합적 교육이 의사의 파트너역할을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약사를 배출할 수 있다. 약의 화학구조에서 만성 환자에게 초래되는 부작용을 직접 보며 수련과정을 이수한 약사가 엄중한 책임감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의사의 약물치료 파트너로서 충실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중심에서 인체의 병태생리의 전문가인 의사의 정확한 진료와 약사의 약물에 기반한 전문성으로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현재의 반복되는 약물사고는 예방할 수 있는 체제가 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내에 부속병원이 있어서 같은 캠퍼스에서 의료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약사실습이 필수라고 하겠다. 권역별로 지정된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전북대학교는 전북권역을 책임지는 부속병원이 있고 주위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만 약학대학은 현재 없다.
그동안 권역을 대표하여 암센터, 어린이병원등을 유치한 전북대학교병원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이제는 막중한 직업 소명의식을 요구받고 있는 의사와 더불어서 환자중심의 협업의 주체인 선진 약사도 배출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오진과 약물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기를 약물사용과 부작용을 가르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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