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에서 만난 작은 행복

오피니언l승인2018.11.0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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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획조정과장

  “꼬끼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탉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그런데 ‘뚜뚜, 코코’ 강아지 두 녀석이 마구 짖어댄다. 상황 파악을 위해 앞마당에 나가보니 처음 본 고양이 한 마리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다. 개와 고양이가 앙숙인 이유도 있겠지만 언뜻 든 생각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인 듯싶었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자신만의 삶의 구획이 있다. 집과 회사를 중심으로 정해지는 일종의 행동반경들. 4년 전까지만 필자의 삶은 대부분 경기도 수원 안에서 이뤄졌다. 빌딩, 아파트, 차로 빼곡한 도심에서 집과 회사를 오갔다. 흙 한 번 밟지 못하고 나무 한 번 쓰다듬어볼 틈이 없었다. 자연이 그리울 때면 주말에 무작정 산으로 향하거나, 고향 집에 들러 잠시 머물렀다 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으로 꿈꾸던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촌진흥청이 2014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것이다. 혁신도시 내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제법 있었지만, 두말할 것 없이 회사 인근에 작은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몇 달은 근처에 원룸을 얻어 생활했는데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답답해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필자처럼 둥지를 옮긴 직원을 배려해 회사에서 심리 상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안정을 찾은 것은 가족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작은 텃밭에 사과, 배, 감 등 과일나무를 종류대로 심었다. 초기에는 언제 자랄까 싶었던 아담한 묘목이 지금은 내 머리를 훌쩍 넘길 만큼 자라 사시사철 밝은 생명의 에너지를 선물해 준다. 맛있고 신선한 열매는 덤이다. 이번 여름엔 복숭아, 가을엔 대추를 제법 넉넉히 수확해 사무실 직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크기는 고르지 않지만, 공들여 키운 열매의 달콤함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꽃도 가꾸고 있다. 계절을 달리하며 정원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꽃나무들. 어느 날은 가만가만 다가가 잔가지를 뻗어낸 나무에 말을 걸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잎사귀의 푸른 기운, 꽃망울의 아름다움은 생명의 신비를 넘어 경이로움까지 준다. 동물 식구들을 맞는 일도 전원생활이기에 가능했다. 듬직한 반려견 진돗개 두 마리, 그리고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이라는 토종닭도 키운다. 새 식구가 된 동물 녀석들과 정을 붙이면서 사뭇 외로웠던 전원생활은 요즘 활력이 가득하다.
  누구나 한 번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꿔봤으리라 생각한다. 텃밭에 갖은 채소를 심고 가꾸며 푸른 잔디밭 한가운데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정겨운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필자도 늘 꿈으로만 품어온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곳에 정착한 지 5년 차, 아직은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기쁨이 배가 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저 생계수단으로만 여겼었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지방 이전을 계기로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새삼스레 직장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토양의 중요성, 병충해 예방과 방제의 필요성, 농기계의 소중함 등을 하나하나 체험하고 또, 시행착오 끝에 풍성한 결실을 얻을 때, 그 희열감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온화한 기후와 대지를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는 ‘자연의 힘’을 품고 있다. 새만금을 낀 서해바다와 김제 지평선의 아름다운 노을, 아늑하고 고즈넉한 산자락. 또한, 우리나라 식량을 책임지고 있는 농도이기도 하다. 식품(익산), 종자·ICT농기계(김제), 미생물(정읍·순창), 첨단농업(새만금) 등 혁신도시와 새만금 사이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5개의 농생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어 농생명 산업의 최고 입지여건을 가지고 있다. 인생 2막 또는 3막의 삶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생명의 에너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라북도에서의 전원생활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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