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19)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와 담을 쌓고 지냈다. 모친, 2살 어린 동생과 함께 전주 소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그 어떤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생활했다. 대개의 또래가 대학 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A군은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으로 대신했다. A군의 은둔 생활이 길어지는 만큼 가족들과도 사이가 틀어져 사소한 일로도 주먹다짐을 곧잘 하곤 했다.

A군의 인생을 뒤바꾼 그날도 평소처럼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A군은 지난 9월 2일 오후 3시 20분께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했다. 학교에 다녀온 동생 B군이 욕설을 섞어 “라면 먹고 왜 설거지 안했냐”고 나무라면서 이들 형제의 주먹다툼이 오갔다.

일순간 화를 주체하지 못한 A군이 흉기를 휘두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A군이 휘두른 흉기에 B군은 뇌손상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의식 회복 뒤에도 기억력, 계산능력, 운동능력에 장애가 남는 상해를 입었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군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A군의 변호인은 게임중독 등에 의한 정신적인 문제로 심신미약 등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범행 당일 A군은 경찰에서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서 동생을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동생한테 너무 화가 난 상태여서 걱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좀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모친은 “A군이 올 봄부터 사소한 문제로 자신의 머리를 몇 대 때리는 등 갑자기 욱하는 성격이 생겼다. 그래도 밖에 나가 일하는 동안 A군이 집안 청소와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했다”면서 A군의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단지 자신에게 욕설을 하는 등 시비를 걸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무거운 상해를 입는 등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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