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도 전북농협 본부장

엊그제 모내기를 한 것 같은데 수확을 앞둔 벼가 고개를 숙이고 논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황금색 물결이 출렁인다. 누렇게 익은 벼는 마치 황금처럼 탐스럽기 그지없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18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2017년 397만 2000t에 비교해 2.4% 감소한 387만 5000t으로 조사됐다. 이는 벼 재배면적과 단수 모두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3만7769ha로 2017년보다 2.2% 감소했으며, 10a(300평)당 생산량은 525kg(현백률 92.9%)으로 0.4% 줄었다. 폭염과 잦은 강우 등 기상여건 악화로 출수·개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완전낟알수가 감소한 게 단수 감소의 원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처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여전히 수요량보다는 많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신곡 수요량은 378만t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인당 쌀 수요량을 59.1kg(2017년 61.8kg)으로 보고 산출한 수치이다. 결국 올해 생산량에서 수요량을 차감하면 9만t이 과잉 공급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과잉 공급 구조는 지난 2001년부터 지속됐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에는 20년 전 수준인 12만6,767원으로 하락한 후 올해 들어 정부의 36만톤 시장격리와 가공용 쌀 수요 증가로 2013년 수준인 17만8,220원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5년 전 수준으로 회복된 쌀값을 두고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쌀값 32% 폭등해 물가 상승 요인”이라는 말로 쌀값을 호도하는데, 이 말이 맞는지 쌀 가격은 적정한지 독자들과 함께 냉철하게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우선 화두인 ‘폭등’이라는 측면에서 쌀값을 다른 가격과 한 번 비교해 보자. 1980년 초 쌀 8가마(80kg)면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었지만, 올해는 27가마 정도가 필요하고, 2000년도 한 봉지에 450원 이었던 라면은 현재 권장가격 830원으로 84.4% 상승했다. 그 기간 산지쌀값(80kg 정곡기준)은 2000년 15만8,633원에서 지난달 25일 17만8,220원으로 12.3% 상승하는데 그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16년 쌀값 폭락 시에는 16년 전인 2000년도 가격보다도 2만8,922원(△18.2%)이나 하락한 12만9,711원이었다. 그 이후 정부 정책을 비롯한 여러 노력으로 현재는 5년 전인 2013년도 가격 수준으로 회복 국면에 있다.

또한 20년 전인 1998년 대비 쌀값의 물가지수 상승률은 37%로 대체제(라면 76%, 빵 88%, 자장면 88%)와 비교 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임금상승에 따른 쌀 구매력은 4배로 증가했으나 곡류 지출액은 큰 차이가 없다.

생산자인 농업인과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들여다보자. 농업인 입장에서는 벼농사 10a당 순수익이 1998년에는 42만1,000원에서 지난해 28만3,000원으로 하락해 기본적인 생산비라도 유지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추가적으로 더 상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는 너무 많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소득 대비 쌀 구매액이 1% 수준인 밥 한 공기에 소비자가격 기준 250원, 월 1만2,000원 정도인 쌀값이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와 농협은 농업인, 소비자 모두에게 실익을 주는 적정 쌀값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에서 올해 쌀 가격 지지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역시 2017년도 수확기 경험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올해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물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쌀 값을 지지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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