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은 이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 돋아 주기 위해 농촌에 먼저 뛰어든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촌·농업을 물어 봤다./

 ◆ 청년농업인 이강훈씨

완주군 '청운농원'을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이강훈(27)씨는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농업에 종사한 3년차 농부다.
이강훈씨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화훼업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영향으로 대학교 역시 전북대학교 원예학과에 진학했다.
작지 않은 아버지 농원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심화적인 학습과 실질적인 현장학습 등도 필요했다.
그런데 대학교 1학년 동안 원예학과를 다니면서 동료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원예학과 대다수 학생들은 집에서 원예업을 영위하지도 않았고, 졸업 후 원예업을 하려는 친구도 극소수였기 때문에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2학년 1학기 후 해군사병 2년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할 때 즈음 한 선배의 말이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강훈씨의 선배는 "농업에 종사하려는 마음이 확고하다면,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농수산대의 장점을 설명해 줬다.
결국, 이강훈씨는 전북대를 자퇴하고 농수산대학으로 진학하게 됐다.
이강훈씨는 "이때의 결정이 저에게는 인생의 큰 변환점이 됐습니다."고 말했다.
농수산대에 들어가서는 꽃에 대한 전문기술, 영농방법에 대한 실전기술을 배웠다. 또 학생들 역시 큰 공감대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었으며, 많은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됐다.
1학년에 이론과 실무를 배우고, 2학년에는 영농현장에 투입돼 실무 경험을 쌓고, 3학년에는 수많은 선진지 견학에서 최신 트랜드를 배우며 안목을 넓혔다.
이어 졸업과 함께 부모님 농장에 투입돼 화훼업을 공동 운영한지 3년차가 됐다.

◆ 청운농원

청운농원은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진 화훼하우스다. 1만3,619㎡(약 4,127평)이 자동하우스이고, 2,909㎡(약 882평)이 단동하우스다.
오랜 동안 부모님이 구축한 시설이어서 아직 반자동 하우스이지만, 조금만 변화를 주면 완전 자동화된 스마트팜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강훈씨는 아직 투자대비 효율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곳을 언젠가는 첨단 ICT가 융복합 된 스마트팜으로 변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농촌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력 구하기인데, 스마트팜은 이런 부분을 크게 해소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운농원에서는 백합, 튤립, 프리지아, 칼라, 아네모네 등 10여종의 꽃을 재배한다.
주력 품종인 백합의 경우 40%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백합이나 칼라 등은 1구근을 심어 1개 꽃을 생산하는데 반해 가격 변동이 심해 수익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요즘은 1개 구근으로 다수확이 가능한 프리지아 등으로 주력 품종을 바꿀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졸업 시즌에 한꺼번에 몰리는 꽃 출하를 피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저온저장고 재배법을 활용해 5월에 튤립이나 프리지아를 생산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1차 생산에만 주력해서는 사업의 한계에 도달할 것임을 이강훈씨는 잘 알고 있다.
때문이 현재의 수출업, 로컬푸드 납품, 화훼공판장 출하 등을 넘어 SNS,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한 직거래 등으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치유농업, 원예치료, 도시농업 등 요즘 소비자 트랜드에 맞는 6차산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수확해 직접 꽃꼿이를 할 수 있는 플라워카페를 운영할 아이디어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강훈씨는 "택배로 꽃을 배송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는데, 소비자와 직거래로 꽃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면 상당히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 어려움

이강훈씨가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에 정착하는 단계에서 겪은 어려움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고향에서 농업을 도우며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중단 없이 화훼를 공부하고 화훼산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인력 구하기가 힘들고, 꽃 특성상 외국산 종자 구입비가 커 판매가격 형성하기가 어려운 정도다.
그럼에도 요즘 농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판매' 부분이고, 이강훈씨 역시 판로 고민이 한창이다.
이에 이강훈씨는 완주군 농업기술센터에서 SNS 등을 활용한 유통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4-H와 농업경영인 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소통을 끊이지 않고 있다.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고 있고, 새로운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는 게 이강훈씨의 설명이다.
이강훈씨는 "사실 현대는 농사가 시설 싸움일 정도로 시설의 첨단화나 규모에 따라 품질 및 생산량 차이가 크게 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주인의 관심이 없으면 작물은 바르게 자라지 않습니다. 작물은 주인의 노력을 즉각 반영합니다. 그래서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제가 가졌던 마음가짐이 농사에서의 어려움을 많이 줄여준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 후배에게

이강훈씨는 농업에 도전할 후배들에게 먼저 '인식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이강훈씨는 "농업이 예전처럼 막노동으로 인식돼 이를 기피하는 현상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블루오션이며, 농촌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수록 더 짙은 블루오션이 될 것입니다. 지역 및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농업은 이어져야 하고, 청년이 이를 맡아야 합니다. 농업은 결코 힘든 일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농업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이강훈씨는 후배들에게 상담자 역할을 해 줄 수 있음도 밝혔다.
이강훈씨는 "청년들이 앞장서서 고령화된 농촌 분위기를 바꿨으면 합니다. 적절한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찾아온다면 제 경험을 크게 공유할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또한 승계농에게는 훌륭한 스승이 부모이기에 실패할 리스크는 적지만 자만해서는 발전이 없음을 경고했고, 창업농에게는 기술센터 등에서 교육받고 지원 및 보조 사업을 활용할 것과 욕심내지 말고 감당할 수 있는 1,650㎡~3,300㎡(500~1,000평) 규모 정도에서 시설하우스를 시작해 많이 습득하고, 점차 규모를 늘릴 것을 권했다.
품목 역시 심사숙고해 결정하고, 시장조사 및 공부를 통해 주력 품목이 결정됐으면 가격이 폭락하는 등 어려움이 생겼다고 수시로 변경하지 말고 꾸준히 한 품목을 재배해 볼 것도 제안했다. 공부처럼 한 품목을 자세히 알게 되면 어지간한 변화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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