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은 늘 변화의 중심에 있다. 너나 할 거 없이 촛불을 들고 선 그 날, 나라가 바로 서길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전봉준이란 인물로 기억되는 동학농민혁명에도 죽창과 농기구를 들고 나쁜 관리를 벌하는 백성들이 있었다.
  전주시립극단이 제113회 정기공연으로 올리는 ‘갑오백성(작 김진영, 연출 조민철)’에서 이름 없는 민초를 조명하는 건 그 때문.
  전주시립극단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지난해 동학농민혁명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선정한 희곡을 초연한다. ‘갑오백성’의 특징은 지금껏 수없이 다뤄진 동학농민혁명을 조금은 다르게 보려 한다는 거다.
  연극에서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던 전봉준을 내려놓고 혁명에 함께한 백성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민초들이야 말로 혁명을 가능케 한 장본인이고 전봉준도 그 중 한 명이라는 이유에서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위인보다 민초들의 삶이 더 와 닿을 수 있을 거다.
  연극은 극단 단원 18명에 객원 8명까지 무려 26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당하기 바빴던 소시민들이 변화 및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들은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며 행동해야 하는지 인식하기 이른다. 미완의 혁명임에도 마냥 슬프지 않은데 달라지고 자란 누군가가 있다면 훗날을 기대하고 희망할 수 있어서다.     
  줄거리는 이렇다. 갑오년(1894) 한 많은 조선 땅, 저승 삼차사가 길을 나섰는데 만석보에 빠져 죽은 아이 개똥이, 아들 죽인 보를 허물려다 매 맞고 목을 맨 개똥이 아버지, 풍년에 고리대를 갚다 굶어죽은 일가족, 탐관오리 조병갑에게 옳은 소리를 하다 장을 맞고 죽은 전봉준의 아버지까지…고부 땅 망자의 명부는 끝이 없다.
  넘쳐나는 억울한 죽음에 저승 삼차사도 응원하는 동학농민들의 첫 봉기가 시작된다. 조금 더 힘을 내면 만백성이 행복이 코앞이지만 어리석은 조정 대신들은 청과 일본 군대까지 불러 모으고, 동학 농민군은 전주성에서 해산한다. 그러나 일본은 검은 야욕을 드러내며 조선 땅을 전쟁터로 만든다. 이를 지켜보는 저승 삼차사는 이승이 저승인지, 저승이 이승인지 구분조차 어려워지는데.
  연출을 맡은 조민철 씨는 “오늘날 촛불집회의 역사적 원천은 동학농민혁명이 아닐까. 국민들이 마음을 모으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두 사건 모두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연출의 경우 희곡 특성을 최대한 살린다. 등장인물들이 치우침 없이 균등한 비중을 갖도록 했고 커튼콜에서조차 전봉준을 가운데 세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주시립극단과 동학농민기념재단이 함께 마련하는 공연은 18일 저녁 7시 30분과 19일 오후 3시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다. 23일 부안예술회관, 25일 고창문화의전당, 27일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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