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팀장 박홍재
전주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만 외곽으로 달리면 황금빛 들녘을 만날 수 있다. 도로 좌우로 펼쳐진 들녘의 대부분은 논이다. 벼 포기마다 알알이 여문 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흐뭇하다. 지난해만 해도 황금물결이 가득했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논 사이에 짙은 초록빛이 보인다. 군데군데 보이던 초록빛은 김제 죽산면으로 들어서면 더 많이 보인다. 바로 논에 심은 콩이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논 타작물재배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헥타르 당 일정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행 첫 해인 올해는 다양한 배경으로 인해 당초 목표치였던 5만 헥타르 감축에 다소 못 미치는 결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논 타작물재배에 적극 동참한 영농조합법인 사례를 보면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김제시 죽산면은 논콩을 특화작목으로 삼고 부자농촌 만들기에 나섰다. 죽산면의 전체 논 면적은 2,000ha로 이 가운데 60%인 1,200ha 논에서 벼 대신 논콩을 재배하고 있다. 2019년에는 1,500ha 이상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죽산면에서 논콩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은 벼 재배를 할 때보다 필지 당 10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죽산면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기준에 맞춰 생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에서 농산물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관리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4월과 11월에 전국단위 논 타작물재배 기계화 연시대회를 죽산면 논콩재배단지 일원에서 개최한 바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논콩 재배 선도단지 조기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전라북도와 김제시에서는 논콩 생산과 가공에 필요한 각종 시설,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고품질 논콩 생산으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죽산면은 현재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을 중심으로 논콩 재배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은 논콩 재배를 전문으로 하는 생산자 단체이다. 2011년 3월 11명의 농업인이 의기투합해 ‘죽산콩작목반’을 결성하고 30ha에서 논콩 재배를 시작했다. 2013년 2월에는 논콩 집단재배단지를 조성해 논콩 재배의 전문성을 높이고 소득 향상의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목반이 아닌 영농조합법인으로 규모를 키웠다. 홍종원 대표 중심으로 70여명의 회원이 모이고, 1인당 400만원씩 2억8,000만원의 출자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했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기계화’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기계로 작업하기 때문에 농작업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 됐다. 영농조합법인으로 등록한 뒤 논콩 재배 기계화에 적합한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했고, 동시에 파종기, 콤바인, 정선, 선별장, 저장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했다. 또한 회원들이 논콩 생산을 위한 교육에도 적극 참여해 논콩 재배방식 통일도 이뤘다.
이 덕분에 논콩 재배면적은 해마다 늘었다. 2015년 150ha였던 면적이 올해는 650ha까지 늘었다. 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비회원들의 논콩 재배면적도 늘어 올해 550ha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콩 수확 후에는 우리밀, 보리, 사료작물을 2모작으로 재배한다. 덕분에 벼만 재배했을 때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17년 기준 단작 벼농사 소득 551만원/ha보다 2.7배 높은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 논콩 재배단지인 죽산면이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지역 축제 등과 연계해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면모를 갖춰야 한다. 또한 콩을 식품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과 협약을 체결해 저온저장시설, 소포장시설, 가공시설 등을 설치한다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