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영 원광대학교 창업지원단 교수

 

장인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손으로 정성스럽게 아름다운 나비를 수놓거나 가마의 열기를 그대로 느끼면서 땀방울로 얼룩진 얼굴로 도자기를 굽는 그림이 머리에 그려진다. 글쓴이가 연상한 장인은 많은 분야 중 전통 수공예이다. 바로 연상된다는 것은 명절, 집안 행사 때마다 접하는 물건들과 느낌, 냄새와 분위기 등의 오감으로 수십 년간 축적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은 약과에도 떡살문양으로 깃들어 있는 전통은 철마다 변하는 유행 혹은  트렌드의 시간과는 또 다른 묵직한 시간 축을 가진다. 인류학자 레이몬드는 한 나라의 역사를 전통 문화, 과도기적 문화, 창조적 문화로 설명한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혁신적이고 새로운 문화는 전통을 수용하고 차용하면서 변용해야만 탄생한다. 전통 공예는 각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자산이다. 전통 장인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전라북도 역시 정적인 느낌의 자산을 동적인 콘텐츠로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주 국립 무형유산원의 주말 풍경은 종일 있고 싶을 만큼 활기차다. 관람객으로의 전달과 이해를 위한 박물관과 전시장의 1차적 기능을 넘어선다. 자연경관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건물 곳곳의 전통 매듭, 한지 조형물 그리고 자연과 유기적인 산책로들은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문화매개공간이 된다.

  전통문화와 공간에 대한 구성원들의 경험 향유와 접근가능성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경제적 효과로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것은 21세기 융합이 키워드인 지금의 시간에 맞춰야 가능하다. 숙련된 수준의 전통 공예 작품에서 수익을 창출의 상품을 생산하는 디지털 장인이 되어야 한다. 국내 최대 수공예품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아이디어스는 전통 수공예품 카테고리가 따로 형성되어 있고, K 뷰티처럼 K크래프트의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최근에 도자 공방을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청년 도예가는 컵과 찻잔을 만드는 도구들을 들고 노트북 화면으로 실시간 구매 후기와 만족도 및 배송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흙냄새와 생활도자기가 주는 감성과 최첨단 기종의 노트북에 나타난 온라인 마켓에서의 실시간 판매량 숫자들의 섞임은 오랜 잔상을 남겼다. 더 이상 전통공예는 진귀하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내는 한 두 개 밖에 없는 이미지에 머무르는 시대가 아니다. 전통 공예 상품군을 프리미엄화 및 대중화로 나누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대중화 유형에서는 디자인 개념이 추가된다. 수공예에 비해 기성화된 대량 생산의 의미를 가진 디자인의 제조공정과 브랜드 컨셉과 같은 부분을 결합할 수 있다. 전통 공예 기술과 재료 중 대중들이 일상의 사용이 가능한 형태와 용도를 선별하고 탄력적으로 수량과 품종을 조절하는 제조공정 매뉴얼이 중요하다. 중요한 과정인 만큼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전통 장인들과 지역 정부, 협력 업체들의 쌍방향적인 조율과 소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규모의 문제가 아닌 연결의 문제이다. 브라질 루치나 지역의 전통 손뜨개 브랜드 쿠파 로카는 수십년 전 낙후된 지역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위해 원단회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실을 모아 수공예 인테리어 용품을 만들었다. 처음 7-8명의 여성들이 둘러앉아 시작되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술을 가르치며 전 세계적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결국 공예기술과 같은 무형의 전통유산이 미래 세대까지 유지되는 지속가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상품화와 수익이라는 유형의 가치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지역 장인들이 몇 개 유형의 브랜드로 연결되고 보유 기술력이 유연한 소량생산 공정으로 연결되고 온라인 상거래와 마케팅 전문가로 연결되어 수익을 창출하고 다시 지역 사회 일자리 공급으로 연결되는 청사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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