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의 얼굴과 등 부위에 10여 차례에 걸쳐 흉기를 휘두른 미국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장기간의 마약 흡입과 파병으로 정신질환을 앓던 미국인이 술을 마시고 당시 상황을 위험 상황으로 오인, 피해망상의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판단이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미합중국 국적 A씨(36)에 대해 원심이 선고한 징역 2년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A씨는 1월 30일 오전 2시 30분께 남원시 한 아파트에서 사촌 동생 B씨(31)의 얼굴과 등 부위에 10여 차례에 걸쳐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하루 전인 29일 오후 7시부터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아파트에서 나가려는 A씨에게 B씨가 “늦었으니 자고 가라. 조금 있으면 A씨의 모친도 온다”면서 만류했다는 이유로 실랑이를 벌이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에서 A씨는 B씨로부터 강제 추행 등의 상황으로 오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당방위 또는 오상방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사촌 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그 죄책이 무겁고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도 중하다. 피고인에 대한 실형에 의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 마리화나를 흡연했고 5년간 미국 육군에 입대해 이라크 등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하는 동안 부상병과 전사자 등을 접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당시 카나비노이드 의존증후군 및 정신증으로 인해 이를 위험한 상황으로 오인하고 피해망상의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별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며 피고인이 빨리 사회에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또 피고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강제퇴거의 대상이 되고, 피고인도 미국으로 돌아가 재향군인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면서 양형이유를 설명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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