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벽당에 같이 걸려 있는 '한벽당'과 '요월대' 편액.  '한벽당'과 '요월대' 편액은 강암 송성용과 석전 황욱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암 송성용의 '한벽당(寒碧堂)' 은 서자의 옳고 곧은 성품이 잘 나타나는 정갈한 예서체를 사용한 작품이며, 석전 황욱의 '요월대(邀月臺)'는 힘 있고 강인한 그만의 서예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년 고도 전주 한옥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액의 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자가 발간됐다.
  세종한글서예연구회(회장 정명화)가 ‘서예로 보는 한옥마을 편액 이야기(이종근 책임집필, 대흥정판사 인쇄)’를 발간했다.
  이 책자는 풍남문, 한벽당, 전주향교, 양사재, 학인당 등 최초로 전주 한옥마을 편액의 뜻을 해석, 누구나가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주 한옥마을의 편액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년 명필의 경연장으로 볼 수 있다.
  ‘한벽청연(寒碧晴煙)’은 ‘완산8경’의 하나로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나 수많은 선비들이 찾았던 전주 한벽당의 경치를 이름한다. 한벽당으로 오르는 돌계단에서 마주보는 ‘한벽당’ 편액은 낙관이 보이지 않는다. 행서임에는 분명하지만 조선시대를 풍미한 조맹부체와 흡사하다.
  누각 안쪽 편액은 김예산(金禮山)의 친필로 9세에 썼다는 ‘의성김예산구세근서(義城金禮山九歲謹書)’의 낙관이 있다.
  부안군 주산면 예동마을의 김일재(金日載)는 아들 예산(禮山)과 석천(石川)을 위해 김제의 유학자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 1882∼1956)선생의 집에서 4개월 여 동안 기숙하며 서예를 연마케 했다고 한다. 개암사의 요사채로 쓰는 월성대 능가산(楞伽山) 편액은 ‘김석천구세서(金石川九歲書)’, 개암사(開巖寺) 편액은 ‘김예산팔세서(金禮山八歲書)’라는 낙관이 있다.
  전주 최씨종대 화수각(花樹閣) 편액은 근원(槿園) 구철우(具哲祐:1904~l989)의 작품이다. 그는 전남 화순군 한천면에서 출생한 부잣집 외아들로 여덟 살 무렵에 이미 ‘소년 명필’로 알려졌다. 종대(宗岱)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집터’, ‘화수(花樹)’는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니, 화수각은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건물을 의미한다.
  작고한 작가 외에 천주교 전동교회와 성심유치원이란 전동성당 입구의 빗돌의 글씨를 쓴 중견 서예가 백담(百潭) 백종희(한국서예교류협회 회장)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정명화 회장은 “이 책 발간을 계기로 전주 한옥마을은 외관과 이미지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다는 말을 앞으로 듣지 않는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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