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견 작품

  전북도립미술관이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을 맞아 두 번째 천년전라기념 기획전 ‘천년, 지켜온 땅’전을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관에서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의 소장품 중 전북의 풍경과 억척스럽게 이 땅을 지켜 온 사람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소박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탁월한 미감과 품격을 가진 작품들이다.
  전시되는 작품 중 사진작가 김학수(1933~)의‘오월’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고향의 옛 풍경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한 1960~70년대 이후 농어촌의 평범한 일상을 흑백사진으로 담은 작품이다.
  나종희(1951~)의‘들불’은 모악산을 멀리서 바라보며 그린 작품으로 가을 추수가 끝난 빈 들을 태우는 연기를 표현하였다.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 끝난 후의 쓸쓸함과 황량함을 아크릴과 여러 가지 재료가 혼합된 것에 돌가루를 섞어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판화가 류연복(1958~)은 민중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어지러운 사회의 현실과 모순을 판화로, 걸개그림으로 표현했던 작가로 ‘빈들생명-엄뫼’는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를 재발견함으로써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김승학(1948~)의‘화율리의 겨울’은 김제시 금산면 화율리의 겨울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세세한 미점들이 모여 험산준령을 이루고 온갖 나무들과 운무가 묘사되어 있다. 능선과 계곡에서 나타나는 농담의 변화와 미점이 조화를 이르며 우아하면서도 웅장한 산세를 드러내고 있다.
  이창규(1944~)의‘백여리 가을 2’는 1990년대 작가의 작품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하는 과정의 대표작품이다. 가을날의 정취를 야수파적 표현과 표현주의 기법을 이용하여 표현한 것으로 추상적인 형태와 색채가 해체되면서 반추상적으로 전이된 작품이다.
  박종남(1936~)의‘내장산 설경’은 1990년대 50대의 왕성한 활동기에 그린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굵은 선과 힘 있는 붓질은 내장산이 가진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전북도립미술관의 개관전에 초대되었던 작품으로 작가의 색채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다.
  ‘신바람’은 목수였던 최병수(1960~)가 본격적으로 화가로 활동하게 된 80년대 말에 제작한 목판화 작품으로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녹두장군 전봉준을 영웅처럼 묘사하고 있다. 짓밟힌 민초들의 항쟁이었던 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을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계승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김세견(1950~)의‘여명’은 전주와 남원 사이 임실 근처 농촌 들녘의 새벽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하루를 시작하며 항상 설레는 여명이 있는 새벽 들녘을 그렸다. 작가는 하루를 시작하는 설레임처럼 남은 삶이 설레이기를, 희망이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1980년대 윤재우(1917~2005)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여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의 실제 풍경을 그렸다.
  김은영 관장은 “이번 기획은 전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북의 자연을 소재로 우리가 지켜오고 지켜가야 할 삶의 터전으로서의 전북의 풍경을 보여주는 전시이며 전라도의 풍경과 땅을 주제로 한 소장품을 통해 전라미술의 은근한 힘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