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자치를 두고 맞붙는 모양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가 교육자치정책협의회(교자협)를 갑자기 취소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권한배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13일로 예정됐던 교자협은 교육자치와 학교 민주주의 안건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해 8월 시작한 기구로, 대통령 공약이자 교육계 주요과제인 유초중등 권한배분 특별법 제정을 다루는 자리였다. 특별법은 현재 교육부가 갖고 있는 유초중등 교육 권한을 지방으로, 빠르고 일괄적으로 이양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개최 하루 전 교육부가 ‘추가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 장관이 바뀌는 시점에 처리하기엔 무겁고 중한 사안’이라며 교자협 개최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3개월 마다 열게 돼 있지만 9개월만에 일정이 잡혔고 이마저 일방적으로 취소되니 교육부가 특별법 제정의사가 없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동안 시도교육감들은 교육부에 대해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래달라고 요구했었다. 지난 7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추대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당시 “교육자치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유초중등 권한을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가져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학교별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학교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육자치가 특별교부금을 통한 교육부의 시도교육감 길들이기, 줄 세우기를 방지할 수 있고 학교는 현장 교육에 집중하는 힘을 더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는 교육부에 책임이 크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취임 1년이 넘도록 교자협 개최를 미루다가 ‘교육부 장관이 바뀌는 시점’을 거론하는 일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개최 하루 전날 갑자기 취소하는 것도 온당치 않아 보인다. 교육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유초중등 권한배분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처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살피는 교육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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