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량 전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마음이 생각 같지 않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는 인간의 감정 활동(마음)과 이성 활동(생각)이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때때로 감정은 이성을 따라가지 않고 또한 이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을 키우는 노력으로 학습활동을 하는 것과 함께 마음을 다지고 키우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 시절에는 마음을 키우는 감정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청소년기에 교과학습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숙된 이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러나 실상 마음을 가꾸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혹은 억지로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물론 입시를 비롯한 현실적 욕망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잘 가꾸어지지 못한 지나친 욕구충족은 결국 개인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갈수록 마음을 기르는 감정 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위축되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마음을 키우기 위해서는 역시 예술을 통한 미적체험 즉 심미활동에 더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심미활동에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미각활동이 있는데 우리는 이들 미적체험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갖고 또한 삶의 의미를 일깨우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아름다움 즉 미(美)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음식의 맛을 즐기거나, 또한 음악을 듣는 일이나 혹은 시각 활동으로서 미술은 모두 삶의 안정감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활동들이다. 인간은 이러한 오래된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키우고 발전해 왔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이러한 인간의 심미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20세기 이후 미술은 심미활동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미술에는 이미 현대의 모든 문명과 문화가 집적되어지고 있다. 과학은 미디어아트로, 음악과 신체활동은 행위미술로, 문학은 문자와 그 이미지의 조형화 등으로 미술 속에 들어와 있다. 나아가 상업디자인, 산업디자인 등으로 실로 우리 일상에 미술이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다.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은 이제 투자대상으로서의 자본재로 자리 잡았다. 이제 미술가가 예전처럼 고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미술은 누구나 행복한 영혼을 키우는 마음활동의 대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도전해 볼만한 직업적 가치로서도 매력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최근에 들어 청소년들의 미술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적지 않다. 이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활동이 예전에 비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데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요즘 초, 중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 등을 활용해 예능활동을 많이 지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하기에는 이들 초, 중등학생들의 취미활동으로서 학교 내,외 미술활동의 참여도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이는 물론 선생님이나 학부형들의 관심이 입시 위주의 일반교과활동에 지나치게 치우쳐있는 데에 큰 원인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미술활동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또한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미술활동은 미술대학을 진학하려는 일부 학생들의 영역으로만 치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사실 미술은 누구나 즐거운 놀이로서 이해해야 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미술활동은 우리가 사회적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인간성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무엇을 만들거나 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행동들이 기실은 자신을 깊숙이 관찰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은 매우 개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훨씬 재미있고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일반 교과 학습처럼 공통된 결과나 답이 존재하지 않는 감성영역으로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술활동은 학습이 아니고 놀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실 인간의 발전과 역사의 변화는 늘 놀이에서 이루어지고 놀이에서 출발했다. 어떤 경우이건 놀이는 그만큼 창의적인 활동이며 감정을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또한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미적활동이다. 그리고 많은 창조적 산물들이 가벼운 놀이에서 우연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고 또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되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놀이의 가장 상위개념인 미술활동은 가장 창조적인 놀이 활동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초. 중등학교에서 미술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발전을 그만큼 더디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미술활동에 청소년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각종 미술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참여도가 크게 줄고 있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참여하는 학생들의 실기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음을 본다. 이는 대학에 가서 전공을 하기위해 공부한 일부 학생들 위주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뿐더러 본래 대회의 취지에도 맞지 않은 결과이다. 많은 학생들이 대회를 통해 미술을 즐기며 축제처럼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대회의 의미에 맞는 것이고 나아가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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