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의 최고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는 폭염 속의 가뭄이 겹치는 기상재해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폭염 경보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늘었다. 전례 없는 기상재해다.
  그래도 폭염은 고비를 넘기고 있어 고개를 숙일 것으로 보이고 있다. 고통과 피해도 곧 끝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폭염과 함께 한 가뭄이 끝나리라는 기상예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간간히 나오는 태풍과 비 소식이 번번이 빗나가면서 전국의 댐과 저수지에 물이 마르고 강과 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밭작물이 타들어가고 있고 일부 지역서는 생활용수 부족으로 식수 비상이 걸리고 있다고 들린다.
  그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 발생과 사망, 가축 폐사 예방에 전력해왔지만 지금부터는 강수량 부족과 수분 증발로 인한 가뭄 피해가 더 큰 재난을 부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본보 16일자 1면이 전하는 가뭄 현장의 실상은 심각해지기 직전의 상황 그대로다. 우선 지난 6개월 동안 내린 누적 강수량이 크게 부족했다. 672.2mm가 내려 전국 평균 733.1mm에 크게 모자랐다. 지난 한 달은 8.2mm에 그쳐 평년 248.3mm의 3.4%에 그쳤다.  
  댐과 저수지의 저수량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북도내 대규모 댐과 저수지들의 저수량 수준이 심각하다. 서부평야지대의 젖줄 섬진강 댐 저수율이 32.4%로 내려갔고 전북의 생명 줄인 용담댐과 부안 댐도 각각 57.2%로 예년보다 낮다.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이 도내 평균 53.8%이나 평년의 71.6%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농업용수 전용의 대아리 저수지와 고창 신림 저수지의 저수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큰 강우가 없으면 사태가 심각할 수 있다.
  전북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 유역의 사정은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16개 보 중 9개 보의 수문 개방으로 저수량을 모두 흘려보내 강바닥이 드러나고 유역일대가 용수대란에 빠져들었다.
  엉뚱한 환경논리로 4대강을 되돌려 놓겠다며 정부가 자초한 반(反) 치수의 역습이 아닐 수 없다. 이야말로 인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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