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북 지역에서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나 남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을 녹색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으로, 호소 표면에 녹조가 덮이면 수중으로 햇빛이 차단되고 용존산소가 추가로 유입되지 않아 수중 생태계 파괴를 야기한다.

11일 오전 익산 금강 녹색 페인트를 끼얹은 듯한 강변은 미세한 움직임도 없었다. 녹조와 부유물이 혼합되면서 수면을 뒤덮었다. 강물엔 쓰레기까지 떠밀려왔다. 생명체 움직임을 찾기 힘들었다.

익산 용두양수장에선 강물을 끌어올리는 탱크에 녹조가 낀 강물이 솟구쳤다. 녹색 강물은 수로를 지나 벼가 자라나는 논으로 공급됐다. 일부 밭에는 강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도 돌아가고 있었다.

익산시 용안면 한 농민은 “전에는 이렇게까지 녹조가 심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다”며 “녹조가 심한 강물을 논에 길어도 될지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익산시와 충남 부여군을 연결하는 웅포대교 아래도 녹색 빛이었다. 군데군데 녹조가 엉겨 붙은 모습이었다.

녹조 현상이 나타난 강물은 군산까지 흘러들었다. 지난 8일에는 군산 금강호에서도 녹조 현상이 관측됐다. 물이 정체된 공간은 녹조류가 썩으면서 심한 악취까지 발생했다. 전북대학교 주용기 전임연구원은 금강하구둑을 통한 해수유통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아가 유황(Flow Regime) 복원을 통한 강 살리기를 강조했다. 유황은 하천의 용량, 유속, 수위 등의 변화 특성을 말한다.

주 전임연구원은 “유황이 복원되는 정도에 따라 오염물질이 강과 하천에 어느 정도 들어온다 하더라도 수질오염이나 생태계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유황 복원은 강, 하천, 하구, 갯벌, 해양 되살리기의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물이 흐르지 않고 정체된 공간에서 더욱 심각했다. 녹조로 덮인 전주 덕진공원 덕진호는 물속 한치 앞도 볼 수 없이 녹색 알갱이 형태 부유물이 떠다녔다. 물에 유입이 적고 흐름이 없어 심한 악취까지 풍겼다.

이날 한 관광객은 “덕진공원이 전주 명소라 해서 찾았는데 물도 더럽고 냄새가 심해 실망했다. 다신 찾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