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장군은 아차성에서 신라군과 전투를 벌이다 전사했다.(서기 590년)
  안시성 성주 양만춘은 당나라 태종의 50만 대군을 물리쳤다.(서기 645년)
  계백 장군은 황산벌에서 5,000명의 결사대와 최후를 같이 했다.(서기 660년)
  약 100년 간 한반도에서 활약한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독창적 시각으로 해석한 연작소설 세 권이 출간됐다.
  온하루출판사 홍남권 대표가 직접 쓰고 출간한 <평강, 고구려의 어머니> <안시성, 그녀 양만춘> <계백, 신을 만난 사나이에서>는 일견 독립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온달이 죽은 뒤 평강공주는 어떻게 살았을까? 온달이 죽은 뒤 이야기가 끝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평강, 고구려의 어머니>는 제2막이 열린다.
  안시성 성주는 여자였을까? <안시성 그녀 양만춘>에서 작가는 파격적(?)으로 안시성 성주를 여자로 설정했다. 안시성 성주가 여자라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남자라는 기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계백은 왜 처자식을 죽여야 했을까? <계백, 신을 만난 사나이에서> 계백은 어머니가 신라인으로 그는 반은 신라인인 셈이다.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파괴적이면서 창조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세 작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상상의 결과물만은 아니다. 안시성은 2008년, 계백은 2010년, 평강은 2014년에 저작권이 등록됐다. <평강>에는 그동안의 노고가 엿보이는 연표까지 있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또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도 빼놓을 수 없다.
  당태종이 안시성 공략에 실패한 후 만리장성에서 읊었다는 ‘상요동전망(傷遼東戰亡)’.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망했다는 자기고백을 담은 시다. 이 시를 5만 수 가까운 작품이 실렸다는 <전당시(全唐詩)>에서 작가가 힘들게 찾아냈다.
  “맨 먼저 병법대로 성문을 뚫으려 했고/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들고 싸웠도다./비늘을 펴 거스르는 물결을 뛰어넘고/날개를 펼쳐 몰아치는 바람을 다스렸도다./뛰어난 여섯 전술은 펼치지도 못하고/옛날 세웠던 큰 전공마저 이지러졌구나./이 한 몸 살리려 어찌 지혜롭지 못했던가!/진정 여한만 남기고 천명에 따라 가는구나.”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왜 이 시를 배우지 못했냐고? 학교에서 이백과 두보의 시는 가르치면서 왜 당태종의 상요동전망을 가르치지 않느냐고?
  이렇듯 기발한 구성의 연작소설을 쓴 작가 홍남권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되었다. 현재 1인출판사인 온하루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서 기업스토리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역사소설이면서도 글은 쉽게 잘 읽힌다. <평강>을 읽고 그녀의 사랑에, <계백>을 보고 처자식을 죽여야 했던 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 또한 안시성 성주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작가는 “안시성 성주는 구국의 영웅이었다. 그런데도 성주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시성 성주가 여자인가? 이 의문은 합리적이다”며 “역사소설은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역사소설이 이야기하고픈 것은 현재다. 내가 이야기하고픈 것은 단절된 겨레의 현실과 동북아시아 삼국의 평화다. 사족인 줄 알면서도 한마디 덧붙인다. 역사적 사실의 진위를 떠나 안시성 성주가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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