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람을 비롯하여 동식물 등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러면서 저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각자 최선을 다하였다면 그 결과 또한 같거나 비슷하게 나와야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가 그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모든 사회의 소득 분배는 물론 자연의 질서에 이르기까지도 20%의 핵심적인 소수에 의해 80%의 결과물이 창출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이 20:80이라는 파레토 법칙이다. 파레토는 19세기 영국사회에서 전체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며, 기업에서는 노동자의 20%가 전체 이익의 80%를 창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미들도 일을 하는 개미들의 비율과 일을 하지 않는 개미들의 비율이 20:80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개미(20%)만 따로 모아서 일을 시켰더니 그 20%의 개미들 중에서도 20:80의 비율에 맞춰 일하는 개미와 노는 개미가 나뉘어졌다. 파레토의 업적은 훗날 하버드대학의 언어학자인 조지 K. 지프(George K. Zipf) 박사에 의해 ‘최소 노력의 법칙’으로 구체화되었다.
최소 노력의 법칙은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더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많은 시간을 얻는 것,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는 자본주의 속 숨겨진 공식이 되었다.
우리 뇌는 체중의 2%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차지할 만큼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신체 부위 대부분이 에너지를 많이 쓰면 그만큼 피로도가 높아지는 자아 고갈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뇌도 일반적인 일들은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입해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뇌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갈 때 가급적 빠르고 쉬운 길을 택해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뇌에도 ‘최소 노력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작동 원리는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편향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가석방 전담 판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어떤 상황에서는 가석방 비율이 65%까지 올라가는 반면에, 또 다른 상황에서는 거의 0%까지 내려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두 가지 상황의 차이점은 ‘식사 여부’였다. 식사 직후에 내린 판결에서는 높은 가석방 승인 비율을 보여주었고, 반대로 식사 직전 공복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가석방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지적인 업무 안에서도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아 고갈로 인한 행동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익숙하고 쉬운 일이라 판단될 때는 최소 노력의 법칙에 의거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선택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우리는 에너지를 많이 써서 자신을 피로하게 만드는 자아 고갈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노력에 비해 적은 결과를 얻는다. 모든 것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 치고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없다. 자수성가한 세계적인 인물 중,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에 자신의 온 힘을 집중하고, 그 외의 일들은 남들에게 하도록 한다. 지구를 혼자 힘으로 들려는 사람과 지렛대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의 차이이자, 똑 같은 노력을 하고도 수십 배의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비결이다.
이것은 모든 일에 똑 같은 노력과 시간을 배분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정하여 ‘가장 중요한 일’부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제자들이 아인슈타인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은 어떻게 학문에서 성공을 거두셨나요?”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칠판에 ‘S=X+Y+Z’라고 쓰고는 제자들에게 부연설명을 하였다. ‘S’는 성공이라네. X는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네, Y는 지금 현재의 생활을 즐기라는 것이고, Z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야. 이것이 바로 내 성공의 비결이네.”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실수가 잦아지고, 현재를 즐긴다면, 미래의 현재도 즐거울 것이고 그것은 흡족한 미래가 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의 여유가 없다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없기에 발전시킬 계기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존 러벅이 말한 것처럼 “휴식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여름날 나무 아래서 잔디에 누워보고 물의 속삭임을 듣기도 하고, 하늘 위를 가로질러 떠다니는 구름을 쳐다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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