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농업은 시설 면에서 세계 선진국 반열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시범적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이들의 기술을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다. 덴마크 농업 현장을 확인해 보니, 정작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 덴마크 농업인들은 기본에 충실했으며, 환경을 생각하고, 기술 개발에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덴마크 농업을 강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들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굳게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덴마크 농업의 강점

덴마크 농부들은 자신들의 농업 강점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믿고 있다.
차이켄튼 종돈장의 요언 스코(32, Jorgen Skov Hansen) 대표도 덴마크 농업의 강점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요언 스코씨에 따르면 덴마크는 1870년대 농업협동조합을 만들며 유럽 협동조합의 선도적 모델이 되고 있다.
농민들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비슷한 직업을 가진 농부들이 모여 해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지금은 양돈·사료·도축·양계·가공·수출 등 각 분야별로 계열화된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
양돈조합은 종돈의 품질을 고급화시키면서 종돈이 양돈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사료조합은 가축의 사료 효율이 어떤 배합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지 밝혀냈으며, 양질의 고기가 나오는 정육비율을 어떻게 사양하면 올릴 수 있는지를 구명했다.
이 때문에 종돈 생산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국에서 돼지가 한 번에 약 10~12마리의 자돈을 생산할 때 덴마크에서 우수한 종돈은 한 번에 평균 18두 이상을 생산한다.
한국에서 모돈 1마리가 1년에 약 20두 미만의 자돈을 생산한다면, 덴마크에서는 약 32두 이상을 생산한다.
덴마크 양돈협동조합은 수컷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수 종돈을 선발하고 있으며, 이를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분양받으면서 조합원 전체의 돼지 품질을 높이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덴마크 돼지 농장주들은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서로 공유한다.
서로 최신 생산기술을 적용하다 보니 각 농장에서 새로운 신기술 개발이 쉽게 이뤄지고, 또 다시 덴마크 농장주 모두는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들은 사료와 사양관리 연구, 표준화 및 교육 등도 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이뤄냄으로써 전체 농가의 평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고 있다.
한국 농가들이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구제역이 만연하게 되고, 종돈 및 사양관리 등을 표준화하지 않으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크다.
특히, 양국 간 협동조합의 협동정신 실행력에서 경쟁력 차이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조합원들의 화합과 협의가 중요

덴마크 양돈조합은 조합원들의 화합과 협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를 잘 지켜나감으로써 본래 취지의 협동조합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요언 스코씨는 조합원 간 활발한 교류가 덴마크 농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화된 조합의 구성원들은 서로 돕고 경쟁할 가치가 충분하다.
우수 씨돈을 활용한 인공수정을 공동화함으로써 전체적 경쟁력을 높이고, 개체 등록 역시 전국 단위로 진행함으로써 정확한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렇게 높아진 기술력이 평균 종돈 생산성을 40% 정도 높이게 됐다.
축산에서 생산성을 40% 올리는 것은 엄청난 기술발전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종돈을 20% 줄이면서 분뇨 발생량도 줄여 환경 훼손을 막고, 사료 급여량을 줄이면서 경제적 이익도 얻어낸다.
이는 덴마크 국민과 전체 경제에도 도움이 되니, 기술력이 올라가면 모든 게 이익인 셈이다.
아울러 덴마크 농업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키며 농업을 발전시켜 온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농업 강국들과 수출입을 통해 경쟁하면서 한 단계 더 강화된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게 된다.
요언 스코씨는 "우리 농장은 세계 최고의 종돈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며 "때문에 고객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설명은 영문으로 만들어진 설명서를 내미는 것으로 대신했다.
요언 스코씨는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중의 최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숙련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세계 최첨단 단계에 올라있어 기술적 설명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만들어냈던 조합원들의 힘이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농업을 실현시켜주는 협동조합

덴마크 보업(Borup) 지역에서 '가드너리 가이너마(Gartneriet Kegnemart)' 토마토 온실을 운영하고 있는 아너스 한센(53, Anders Hansen)씨도 요언 스코씨의 설명에 동의했다.
가드너리 가이너마 농장은 약 4ha 규모의 유리온실에서 재배하는 토마토의 출하량이 많아 직접 선별 및 출하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ha당 약 50만kg의 토마토와 25만kg의 방울토마토를 생산해 전량 덴마크 유명 체인마트 3곳(1,200개 점포)에 직거래로 납품하고 있다.
가이너마 농장의 토마토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아 전량 내수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출하장은 우리나라 일반 농가와 다를 바 없이 선별기계들이 돌아가고 있었으며, 10여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납품처별 포장지에 종류별 토마토를 담고 있었다.
유리온실 내부 역시 우리나라 일반 스마트팜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규격화된 온실과 고설 재배되고 있는 종류별 토마토, 양액 및 수분 공급 시스템 등 모두가 우리나라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과 대동소이한 분위기다.
오히려 양액 및 수분 공급 파이프라인들은 설치한지가 오래 되서 약간 녹이 슬어 있고, 복잡하게 얽혀 하우스를 뒤덮고 있어 첨단 연구실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다.
대신,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천적 곤충을 이용해 해충을 막는 점이 특이했고, 여름인데도 네츄럴가스를 태워 부족한 난방을 해결하고 전기를 생산하며, 이곳에서 나온 CO²를 관을 통해 고설 토마토 각 베드에 꽂아 공급하는 것에 관심이 가는 정도다. 아너스 한센씨는 이로 인해 토마토 생산량이 연간 25% 가량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급수 센서는 각 베드의 수분을 측정해 3분 간격으로 물을 공급하고, 흘러내린 물을 모아 재사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모든 시스템이 온실 내부 현장 및 아너스씨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제어되며,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밖에서도 제어 가능한 것들도 최근 우리나라 스마트팜이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술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시스템이 일찍이 개발됐을 뿐만 아니라 모든 시스템이 덴마크 내에서 표준화돼 있어 다른 농장도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주목되는 점은 각 농장들은 특별히 개발한 신기술을 숨기지 않고 다른 농장에 전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협동정신 때문에 기술의 발전 및 표준화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센씨는 설명한다.
한센씨는 "우리 역시 과거에는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시절을 보낸 바 있다"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첨단화되고 전국적으로 표준화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농장에서 격주로 받는 유료 컨설팅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데, 덴마크에는 민간농업컨설팅 회사만 존재한다. 국영 및 비영리단체는 없다.
덴마크는 관 주도의 지도사업이 사라진지 오래.
덴마크 농업컨설팅 회사 역시 동종 조합원들의 필요에 의해 탄생했고, 연구 결과를 취합하고 발전시켜 각 농가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이 컨설팅 회사는 적정한 수수료를 받고 최신 기술을 각 조합원 농가에 전파한다.
조합원들은 개발된 신기술을 서로 공유하면서 더욱 발전된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모든 조합원이 공유하면서 평균 생산량은 다시 증가한다.
한센씨는 "조합원들이 개발된 신기술을 이용해 더욱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최신 기술을 접목해 생산량을 늘려나갔고, 실패 확률을 줄여나갔다. 덴마크 농업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덴마크=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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