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서 활발하게 소설을 쓰고 있는 유명 작가들이 추리에 도전했다. 이들은 보다 신선한 주제와 소재,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추리소설=대중소설’이라는 통념을 깬다.
  ‘추리소설’을 테마로 한 엽편소설집 <시린 발>(도서출판 걷는사람)이 출간됐다.
  추리소설은 지난 20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독자층을 넓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지금껏 하나의 장르로 온전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때 주류 문단에서는 장르문학을 천대하는 인식이 없지 않았고 그 여파가 오래 지속된 탓이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이 추리에 도전하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짧은 소과 추리적 기법을 사용한 파격적 실험이 문단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소설집에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조선족 출신 소설가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금희, 문학동네 작가상과 자음과 모음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우승미, 신춘문예 시와 소설을 동시에 등단한 이동욱,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이영훈, 문학동네 문학상 수상자 이유,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 임국영, 독특한 스타일로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둔 임승훈, 각종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전아리,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 수상작가 정지돈,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환상과 서사를 마술적으로 그려내는 작가 채현선 등 현재 우리 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소설가들이 동참했다.
  작가들은 추리 장르적 문법과 규칙에 따른, 혹은 추리적 요소를 풍부하게 갖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했다. 작가들의 이번 시도는 추리소설을 단순히 재미를 위한 대중소설로 구분하는 통념을 부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다 신선한 주제와 소재,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기존의 소설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철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세계와 인간의 어두운 곳을 탐색하는 추리소설은 군중 속에 숨은 악과 고독,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읽어낸다. 우리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에서 차갑고도 비정한 현실을 목도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현실의 일부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음을 뼈저리게 인식함으로써 이 세계의 문제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희미한 빛’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의 ‘종점’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감춰진 비밀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길함에 서늘함을, 사건의 전후 맥락을 꿰뚫는 필연성을 확인함으로써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며 일독을 권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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